엄마는 내 말을 다 듣고 계셨다
엄마랑 음식 방송을 보는데, 내가 애정 하는 토마토와 버섯이 등장했다. 엄마는 조용히 보고 계셨고 나는 토마토 너무 좋다, 버섯 먹고 싶다, 하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엄마는 별말씀이 없으셨고 나는 계속 떠들었다.
그다음 날 엄마는 마트에 다녀오셨고 장바구니가 터지도록 토마토와 버섯을 사 오셨다.
“어! 토마토네! 버섯도 있네!”
나는 많이 사 왔네 라며 엄마를 봤고 엄마는
“네가 먹고 싶다며.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고 어제 그러더니.”
엄마는 모든 말을 듣고 계셨던 거다. 내가 재잘대던 것도 흘러가듯 말했던 것도 모두 머릿속에 마음속에 잘 저장해두셨던 것이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 내 마음보다 엄마의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이렇게 느낄 때면, 사람을 키우는 건 정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의 정성을 따라갈 수 있을까. 내가 백을 내밀면 엄마는 천, 아니야 만을 내밀 사람이다. 나는 언제나 딸일 수밖에 없고 엄마는 나보다 언제나 어른일 테지. 평생 어리광 부리고 싶다. 언제까지고 엄마 품에서 놀고 싶어.
가끔은 사는 게 다 이런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그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고 기억해주고 마음 써 주고 그것을 보여 주고 감동을 주고받는 것. 정말 이것뿐이야. 삶은 이런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지.
엄마와 장난을 칠 때마다 엄마를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럼 엄마는 병아리 같은 내 삐약거림을 아주 잘 받아 주신다.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토마토와 버섯만으로도 웃는 날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