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을 땐

두통처럼 밀려오는 당신

by 생강




그래도 평탄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어른이 되었으니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죠. 역시 저는 저를 다 모르나 봐요.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두통처럼 밀려와서 자꾸 길을 잃어버렸어요. 머리가 아프니 하던 일에 집중도는 떨어지고, 집중이 안 되니 결과물은 시원찮고, 결과물이 별로라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는 이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법은 아마 없겠죠. 어떤 일에는 긍정과 부정이 따르니까. 결국엔 견디거나 잠깐 쉴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거예요. 저는 잠시 도망치고 싶어서 안 쓰던 줄 이어폰을 귀에 꽂고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노래를 틀었어요. 마치 아무도 모르게 소동을 일으키고 더 아무렇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온 장난감처럼, 아무렇지 않고 싶었거든요.


저는 우디랑 버즈가 하늘을 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멋있게 추락하는 거라고 말해 주던 우디가 제겐 큰 위로가 되었거든요. 버즈의 목소리와 우디의 발랄한 동작들이 잠시 현실을 잊게 해 줬어요. 그리고 그 둘 사이로 흘러나오는 <You've got a friend in me>. 전부에서부터 아무렇지 않게 앤디의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장난감들이 떠올라서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와요.


듣고 있노라면, 아무도 모르게 소동을 일으키고 모험을 떠났다가 다시 평화로운 집으로 돌아온 느낌을 받아요. 안정적이고 안온한 그 기분을.


귀로는 노래를 들으며 손으로는 ‘빵 부푸는 영상’을 찾았어요. 발효된 반죽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걸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한 때는 제빵사를 꿈꾸기도 했는데, 그때도 아마 부푸는 빵의 모습에 반했던 걸로 기억해요. 숨죽인 채로 빵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목격하는 잠깐의 안정감. 그것들이 지금의 제게 너무나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맞아요. 저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치려고 생각나는 대로 좋아하는 것 위에 멋대로 누워버렸어요. 그 와중에 푹신한 것만 골라서 말이에요. 작게나마 웃을 수 있는 동굴 속으로 아주 숨어든 거죠, 뭐.


가끔은 도망칠 줄도 알아야 다시 제자리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곳에 깊이 박혀 있으면 다른 것들을 놓치기 쉬우니까. 다른 곳으로 잠시 달아났다가 서서히 돌아오는 길에 꽃도 보고 하늘도 보면 좋잖아요.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이것저것 좋은 것들을 선별해서 나만의 동굴을 만든 거 아니겠어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변명일 뿐이지만, 나를 위한 변명 하나쯤은 있어야 반복되는 스트레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지 않겠어요. 이 마저도 변명입니다만.


스트레스는 계속 연재되고 나는 그 안의 주인공일 테고, 결국 완결 없는 만화 속에서 한 주 쉬어가는 특별 편으로 잠시 도망쳤다고 생각할래요. 노래를 듣고 빵 굽는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저는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어요. 도망친 줄도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전 여전히 그 자리에 엉덩이 꾹 붙이고 일 하는 사람처럼 보이겠지요? 우디와 버즈처럼 잠시 모험을 하고 왔는데 말이에요. 낄낄.


모두 각자의 동굴로 잘 도망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오시기를 바라요. 어떤 모험이었는지 제가 꼭 듣고야 말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