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절만 들어도 난 중학생으로 돌아 가
7.
턴테이블을 살 거야. 비틀즈의 Across the universe(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들을 거야.
올해의 계획 중 하나는 바이닐과 턴테이블을 사는 것이었다. 지난봄, 나는 비틀즈의 바이닐을 샀다. 내 생의 첫 바이닐이었다. 중학생 시절 Across the universe라는 노래를 처음 접했다. 단 한 번의 재생으로 마음을 빼앗겼다. 오랫동안 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은 Across the universe 였다. 영어 노래지만 중간에 영어가 아닌 문장이 나온다.
Jai guru de va om (선지자이시여, 깨달음을 주소서.)
종교는 없지만 그 가사를 매우 아꼈다. 어린 시절에도 혼란은 존재했으므로 내겐 그 가사가 선지자였고 깨달음의 밑천이었다.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잔잔해졌고 생각이 많은 나에겐 피난처 같은 노래였다.
그런 내가 열 살을 더 먹고 내 돈으로 비틀즈의 바이닐을 샀다. 아델과 선우정아, 현경과 영애의 곡 하나가 든 옛 노래 모음집이 내 발을 잡았다. 돈이 더 있었다면 저들을 모두 집으로 모셔갈 텐데. 미안해요, 오늘은 Across the universe를 위한 날이라서.
작고 소중한 지갑을 들고 곧장 비틀즈를 골라 결제했다. 비틀즈의 노래는 비틀즈의 것인데 왜 내가 그들의 노래를 가진 기분인지. 너무 좋은 노래를 들으면 벅차서 숨이 엇박으로 나오는 것처럼, 카드가 긁히는 순간에 입술을 꼭 깨문 채 입 속으로 흐흐흐 웃었다. Y와 함께한 날이었는데 그에게 기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샀다고. 내가 비틀즈의 음악을.
누구에겐 흔하고 작은 소비일 테지만 내겐 어린 시절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음악을 듣고 그 시절에 잠시 머무는 것, 가깝지만 닿을 수 없던 여행지에 머무는 기분이다.
노래 가사처럼 ‘나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야 할 때, 내가 나를 믿어야 할 때 나는 노래의 첫 가사를 중얼거린다.
'Words are flowing out like 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멜로디와 가사 몇 마디로도 사라진 내 미니홈피가, 작은 운동장이, 따뜻했던 교실의 온도가, 메신저를 주고받던 그 시절의 친구들이 머릿속에 피어오른다. 학교 근처에 타임캡슐을 심었던 것 같은데 누구와 어떤 물건을 담았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흙이라는 시간에 나의 시절을 묻어둔 채 어른 같지 않은 어른으로 커 버렸다.
내년 초에는 턴테이블을 사야겠다. 검은색이 좋겠어.
덮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The Beatles - Across the uni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