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긴 글 #15 - 좋은 노래 찾기

나는 내 보물을 찾아 떠난다

by 생강

15.


보물을 찾으려면 시간을 써야 해.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듣는다.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신곡들을 전곡 재생한다. 아는 가수라면 반갑고 모르는 가수라면 신선하다. 한 곡 한 곡 천천히 듣다가 내 마음을 찌르는 노래가 나오면 입을 앙 다물고 벅찬 마음을 다스린다. 다스린다고 다스려질 마음은 아니지만 숨을 꼭 참고 듣는다. 아, 좋다. 진짜, 진짜 좋다. 혼잣말을 쏟아내고는, 다시 처음부터 재생한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착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보물을 찾는 시간을 줄여서 무엇을 찾는 데에 쓰는 걸까. 다른 이가 자신의 보물을 찾는다고 시간을 쏟아붓는 것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정작 본인의 시간을 어디에 쓰는 걸까?


아무래도 일 분 일 초를 알차게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의 소중한 보물 찾기가 누군가에겐 하찮은 일이 되고 시간 낭비가 되는 것은 우리가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다.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인데 가끔은 남의 것 같다. 누가 나에게 하찮은 일을 한다고 지적하면 나의 보물찾기 시간은 한순간에 바보 같은 일이 되기도 하니까. 내 인생을 살아 줄 것이 아니라면 당신에게 발언권은 평생 없다. 왜 상처를 주는 사람은 본인의 발언만 던져놓고 쏙 사라지는 걸까. 왜 상처 받고 놀란 가슴을 다독이고 자책하고 체념하고 눈물 흘리는 일은 다 나의 몫일까.


오래전 알게 된 밴드의 수록 곡을 듣는다. 앨범 타이틀은 내 취향이었고 수록 곡은 날 집어삼키는 거대한 보물이었다. 망망대해에서 유람선을 만난 기분이었다. 내게 손 내밀어준 노래를 닳고 닳을 때까지 듣는다.


타인의 발언에 상처 받는 일은 언제고 일어날 것이다. 상처 받지 않는 법은 없다. 누군가 내게 상처 줄 발언을 한다면 내가 상처 받는 건 당연한 것이므로. 다만 그 상처를 다독일 현명한 방법을 찾고 싶다. 노래든 영화든 책이든 내게 꼭 맞는 보물을 찾기 위한 시간을 만들거나 상처 주는 사람에게 무례하고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정확하게 내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하찮은 건 당신들이라고. 무례함을 티 내지 말라고.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논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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