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코 베지테리언의 수제 채식 만두
16.
만두를 빚었다. 숙주와 두부와 시금치, 당면, 청양고추, 부추, 표고버섯, 들깨가루를 섞어 소를 만들었다. 페스코 테리언으로 산 지 꼬박 160일이 되던 날이었다.
채식을 지향하면서 유일하게 힘들었던 게 있다. 카레와 만두가 너무 먹고 싶었다. 흔히 먹던 카레 분말과 만두에는 소와 돼지가 들어있었다. 채식 카레를 찾다가 동네의 작은 마트에서 고체 카레를 발견했다. 온전한 채식 카레는 아니었지만 소와 돼지가 들어있지 않았다. 바깥에서 시금치 카레를 사 먹은 이후로 5개월 만이었다.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썰어 진하게 카레를 끓였다. 나는 고기 없이도 잘 먹는 내가 대견했고, 그날의 카레는 정말 맛있었다. 나머지 갈증은 만두를 먹으면 해결될 것 같았다.
우리 동네엔 큰 마트가 없다. 버스를 타고 동네를 벗어나면 상당히 큰 마트가 나온다. 그곳에선 내가 원하는 채식 식품을 살 수 있다.
만두가 먹고 싶어.
가족에게 말했다.
사 와. 아니면 만들어 먹을까.
채소랑 만두피만 사와.
엄마의 한마디에 그날 우리 집은 만두 공장이 되었다.
숙주 1kg, 당면 한 움큼, 두부 600g, 부추 한 묶음, 청양고추 2개, 시금치 몇 움큼, 표고버섯 4개, 들깻가루 넉넉히. 우리의 레시피는 이것이 전부였다. 같은 재료에 김치만 추가한 김치 만두소도 만들었다. 나는 야채 만두, 언니는 김치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송편보다 크고 묵직해서 만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만두소가 든 스테인리스 그릇 안에서 고소한 들깨 냄새가 올라왔다.
지금 찌면 언제 먹을 수 있어?
금방 돼. 다 했어?
응, 찌자.
가져와.
엄마와 언니가 빠르게 움직인다. 찜통에 만두를 넣고 7분, 뜨거워서 뜸 들인 시간까지 대략 10분이 걸렸다. 채소가 투명하게 비치는 만두가 완성됐다.
나름대로 만든다고 만든 것인데 터진 것이 있었다. 그러나 맛은 어김없는 만두였다. 야채만두에서 표고 향이 퐁퐁 났다. 당면과 숙주가 잘게 씹혔다. 두부가 아주 근사하고 고소했다. 김치만두를 좋아하지 않는데 김치만두도 맛있었다. 나는 부엌에 서서 단숨에 서너 개를 집어삼켰다. 부엌에 조그맣게 나 있는 창문에서 찬바람이 들어왔다. 속이 터지며 뜨거운 김이 안경을 가렸다. 간장도 필요 없는 완벽하고 어김없는 만두였다.
종종 만들어 먹자. 우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틀 동안 만두를 먹었다. 오십 개는 넘게 만든 것 같은데 정작 남은 것은 몇 개 없다. 잘 만들어서 잘 먹으면 됐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만두를 자주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재료로 내가 원하는 맛이 나는 만두를 아주 자주 만들어 먹을 테다. 채식을 지향하면서 어려운 일은 언제고 다시 생기겠지만 그럴 때마다 만두를 빚어 먹던 나를 생각할 것이다.
구할 수 없다면 내가 만들어야지.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