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찾는 일
19.
빈티지 옷을 샀다. 어느 브랜드의 옷인지, 언제 생산된 옷인지 모를 출처 없는 옷을 데려왔다. 옅은 노란색 바탕에 손목엔 형광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꽃무늬 자수 카디건. 영락없는 카디건이었고 틀림없이 할머니의 옷장 속에 박혀 있을 것 같은 옷이었다.
마음에 들어. 데려가자.
카디건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했다. 파랑과 노랑 분홍빛의 꽃이 뒷목 부분에도 자수로 놓여 있는 것을 봐. 이 귀엽고 발랄한 빈티지를 어쩌면 좋아. 사야겠다. 카디건은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으니까 실용성도 좋고. 나는 나를 설득했고 설득하기도 전에 이미 지갑을 열고 있는 내가 보였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간 날이었는데 특이한 카디건에 이끌려 내 취향 목록에 빈티지를 추가한 날이 되었다. 이전에 영국으로 놀러 갔을 때 빈티지 샵에서 비싸지만 귀여웠던 두더지 그림의 니트를 사 오지 못한 것을 내내 후회했었는데, 그 한을 오늘 상쇄한 기분이었다. 옷을 자주 사는 편도 아니고 입는 옷만 돌려 입는 나로서 오늘의 소비는 상당히 새롭고 벅찬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입고 히죽거렸다. 마음에 들어서 그럴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내 방과 거실을 쏘다니며 그런 생각을 한 줌씩 흘리고 다녔다.
오늘의 외출과 추진력은 내게 빈티지 카디건을 선물했다. 함께 발견한 나의 취향이 언제까지고 옆에서 내 지갑을 열게 할지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빈티지에 푹 빠져 있고 싶다.
성인이 된 이후로 좋은 것을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취향이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눈 감은 채 지나쳐 버렸다. 배우지 않았고 나가지 않았고 안전하게 나의 공간에서만 취향을 쌓았다. 그건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새로운 것에서 나를 발견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좋았던 것이 싫어지고 싫었던 것을 사랑하게 되면 그런 나를 줏대 없고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뭉근하게 녹여낼 줄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를 잃지 않고, 버리지 않고 나를 알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슬픈 사실은 이 귀엽고 깜찍한 카디건을 입고 나갈 곳이 없다는 것.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느 카페에 앉아있는 일도 위험한 지금, 나는 이 옷을 방 안에서만 꼼짝없이 입고 있게 생겼다. 그래도 좋다. 언젠간 친구들을 만나서 “나 빈티지가 좋아.”라고 말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작은 꽃들 사이로 꽃무늬 카디건을 입고 걸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네에 빈티지 옷 가게가 있었던 것 같아. 한 장에 만 원도 안 했던 가게였는데 아직 있을지 모르겠어.
가서 보물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