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긴 글 #20 - 아침마다 청소를 하는 것

매일의 힘

by 생강

20.


집 안을 매일 청소한다. 걸레가 붙은 밀대로 구석을 닦는다. 먼지와 머리카락이 얼마나 쌓였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난 그게 참 좋다. 어제는 머리를 너무 꽉 묶고 있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 요즘은 베란다 창문이 얼어서 환기를 못 시키는데, 바깥의 먼지라기 보단 집에서 나온 먼지가 많다. 눅눅하고 어딘가 냄새나는. 마스킹 테이프 조각도 나왔다. 휴지통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작은 비닐이 구석에서 나왔다. 매일 아침 나는 그런 것을 확인하고 티도 안 나게 화사해진 바닥을 보며 뿌듯해한다.


티가 나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결국 티 나게 망가지더라고. 얄궂다고 생각했다. 책상 위의 먼지도 바닥의 머리카락도 꼬박꼬박 치우는데 왜 청소됐다는 표시도 안 날까.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내 방은 먼지가 흩날리는 창고가 될 텐데. 매일 공들여서 무언가를 하는데 누군가의 인정도 칭찬도 없다. 그걸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나를 위해 하는 일이지만, 보상이 있었다면 더 열심히 했을 텐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티 나게 무너지긴 싫다. 그럼 어쩌겠어. 매일 바닥이 닳도록 쓸고 쓸어야지.


무언가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매일 한 시간이라도, 삼십 분, 십 분이라도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것, 그것이 쌓이고 쌓여 어느 미래의 날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매일의 내가 차곡차곡 일을 하고 움직여서 도달한 아주 좋은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시간을 견딘 나, 풍파를 견딘 나, 귀찮음과 싸우는 나, 좌절한 나, 다시 일어난 나, 그런 ‘나’가 티 안 나게 나와 미래를 바꾼다. 그러다 보면 티가 안 날 정도로 자랐지만 자란 것에 기뻐하는 내가 될 것이다. 작지만 확실하고 농도 짙은 성장일 것이다. 하다 보면 어느새 되어 있고 그것을 농축해 폭발시킬 날이 올 것이다. 난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도 매일 하다 보면 어느 먼 미래에는 청소하지 않은 날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멀끔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 귀찮음을 이겨낼 노하우도 좀 있는, 알뜰하고 씩씩한 집요정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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