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고 지내요?
26.
연락이 뜸했던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다. 목적이 있는 대화였고 마지막은 서로를 응원하며 끝맺었다. 예상하지 못한 연락이어서 심장이 급하게 뛰었지만 차분하게 대답을 하고 질문을 던졌다. 스몰 토크보단 깊이가 있었고 깊은 대화라기엔 가벼웠다. 중간쯤 온도로 계속 말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상대방이 나를 칭찬해주었다. 그의 응원이 내 몸을 치고 갔다. 탁한 고민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따스했고 향기로웠다.
나는 사람들의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게 무엇을 뜯어먹으려고 달달한 말을 흘리지. 난 줄게 없는데, 원하는 게 따로 있나? 아니면 본인을 칭찬해달라는 소린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사람에 대한 불신과 의심 사이를 아찔하게 넘나들었다. 타인의 칭찬은 내게 스며들지 못했다.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이 온몸으로 칭찬을 흡수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돼서 남에게도 좋은 칭찬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담백한 칭찬이 달려들었다. 덤덤한 말투로 진심인지 예의상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라 생각했다. 무어라 말할지 몰라 조심스레 보낸 답장에, 잘하니까 잘 될 거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마저도 진심이 아니라면 세상의 진심은 다 죽었다는 소리겠지.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성격을 가늠하기란 어렵지만, 종종 주고받던 메시지의 말투와 목적을 떠올리면 그의 한 마디는 진심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은 진심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기름기 없는 말들이 나를 어둠에서 꺼내 준다. 듣다 보면 더 듣고 싶다. 스스로를 믿지 못해 흔들리던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주는 말들을 이젠 사랑한다. 따스하고 깨끗한 말의 의미는 파고들지 않아도 그대로 따스하고 깨끗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배열 하나를 잡고 씹고 뜯고 별 짓을 다하면 진심 어린 말도 이윽고 검은 속내가 묻은 말이 된다. 깊이 파고들어봤자 그 깊음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은 나다. 내가 나의 무덤을 착실히 파는 것이다. 깊은 생각이 무서운 건 출구가 하나라는 것, 홀로 빠졌으니 나 혼자 맨손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 출구가 매우 높은 곳에 있다는 것. 그러니 깊이 생각하는 버릇에서 멀리 떨어질 필요가 있다.
진심이었을 말들을 스쳐 보낸 시간을 후회한다. 좋은 말을 먹고 자란 인간은 튼튼한 승리를 한다. 나를 이겨내고 상황을 이겨야 할 때 좋은 기운으로 맑고 상쾌한 승전보를 울릴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다 큰 어른이 좋은 말을 먹고 자라면 얼마나 더 자랄 수 있을까.
요즘은 그런 것을 생각한다.
그의 칭찬에 진심을 묻혀 답장을 했다.
너도 잘 될 거야. 같이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