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겨도 살아야 했고 져도 살아야 했지
어떤 날은 이겼고, 어떤 날은 졌어. 사실 지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감정이 실패한 날도 결과가 실패한 날도 많았어. 이긴 날에는 이겼구나, 하는 마음에 붕 떠서 하루를 보냈는데 다음 날에 눈을 뜨면 또다시 같은 하루더라고. 이기기 전의 그 하루가.
그러니까 이기든 지든 나는 계속 살아야 해.
나는 극적으로 이기지도 극적으로 지지도 않았어. 손바닥 뒤집듯이 인생이 바뀌면 그건 인생이 아니라 연출된 이야기인 거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다음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던 아이는 자라서 내일의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어른이 되었고. 삶은 무심하게 흘러간다는 것도 깨달았지.
지고 난 다음 날에도 나는 살아야 했으므로, 진 사실을 받아들이고 일어나는 게 가장 힘겨웠는데 퍼런 하늘이 정말 무심한 거야. 어떻게든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내고 사흘과 나흘을 보내면 실패가 희미해지는데 그때쯤이면 나는 다시 무엇이든 성공해야 했어. 그날도 하늘은 맑았고, 나는 초라했지.
덜 성공해서 그런 걸까, 덜 실패해서 그런 걸까. 아니더라. 그냥 삶이고 하늘이고 하여간 모두 그저 흘러가더라고. 그러니까 나도 이기든 지든 흘러가야지. 나에게 결말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니까.
울면서 일어나도 하루는 시작되더라. 눈이 부어도 이불은 정리해야 하고 배도 고프더라. 나는 여전히 그대로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