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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올 Jan 24. 2024

2화.  나에게 집이란 – 최고의 든든한 지원군

“집짓기. 참! 잘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사람이다. 

삼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이지만, 그야말로 취미 부자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부지런하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니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은 너무나 아깝다. 


 한 번은 학교의 동료 선생님이 이것저것 많이 하는 나를 보며

 “선생님, 운동은 안 해요?”

하시길래 그때 나는

 “전 운동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마치 킬링 타임 같아요”

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 이후 그 선생님은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항상 얹어서 내 소개를 하시곤 한다.     


 나는 취미 부자다. 나의 본업은 초등교사인데, 본업과 전공 외에 내가 하고 있는 취미활동들이 좀 많다. 취미와 본업의 가장 큰 차이는 ‘돈이 되느냐’, ‘돈이 드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모든 배움과 취미활동에는 돈이 든다. 나중에 돈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 배움은 투자이지만, 나에겐 그렇지도 못하다. 학교의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고 가르치는 일도 즐겁기에 교직도 나에게는 적성이 딱 맞다. 다만, 조금 일찍 은퇴하여 나이가 많이 들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실컷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이버대학교 한국복식학과를 졸업했고(석사는 없고 학사만 두 개다. 그 등록금과 그 정성으로 석사를 땄더라면 인사기록카드에라도 한 줄 적힐 텐데 말이다.) 천연 염색, 규방공예, 바느질과 한복 만들기를 취미로 갖고 있다. 몇 번의 패션쇼와 전시회, 연구회도 참여했고 대구경북한복디자이너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집안의 침구와 커튼을 대부분 만들어 사용하고 아이들 한복과 내 한복을 만들어 입으며 간단한 홈웨어 정도는 만들어 입기도 한다. 배운 적은 없지만 만들기를 좋아하다 보니 나무로 가구와 생활 소품을 직접 만드는 편이다. 우리 집에서 소파와 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는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다. 테이블, 벤치, 거실장, 책상, 침대까지. 물론,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나이롱 목수가 할 수 있는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들이다. 도자기 공방에도 수년 째 다니며 내가 쓰는 접시와 그릇들을 만들고 지인들에게 선물도 한다. 지금은 몸이 아파 휴학을 했지만 글쓰기와 그림책에도 관심이 있어 대학원 아동문학과에 진학도 했고, 요즘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텃밭 농사와 가드닝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취미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1위는 ‘인생 정원’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수년간 공방에 다니며 그릇을 만들고 굽는 비용으로 그릇을 샀다면, 명품 그릇을 몇 세트는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소성이 끝난 도자기를 씻어 마당의 테이블에서 말리고 있다. 컵과 드리퍼세트를 많이 만들었지만, 지인들에게 이리저리 선물하고 집에 남은 것은 못난이들뿐.



 이렇게 취미 부자이다 보니 물건도 참 많다. 바느질을 하려니 공업용 재봉틀과 각종 바느질 도구와 부자재가 필요하고, 목공은 그야말로 장비빨이다 보니, 드라이버와 드릴, 대패, 그라인더, 샌딩기, 직소기 등의 목공 장비와 가구 부자재, 자투리 나무가 창고에 한가득 쌓여 있다. 도자기도 하려면 여러 가지 도예도구와 나무판, 물레, 도자기 흙 등이 필요하고 결과물도 한가득이다. 가드닝에도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 각양각색의 농사도구와 화분, 포트, 삽목 상자, 배양토, 퇴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책도 늘어 가고 그림 도구들도 자꾸만 늘어 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미니멀라이프는 도저히 내가 누릴 수 없는 삶이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다. 물건이 많고 취미가 많은 맥시멀리스트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채소와 꽃을 가꾸고 필요한 물건과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며 흙과 자연을 벗으로 삼는 내추럴라이프를 살기로 했다. 다만, 좀 복잡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적당히 예쁘게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정원을 가꾸고 집을 가꾼다.     


 이런 나의 첫 번째 든든한 지원군은 남편이다. 그런 나를 보며 ‘당신 참 신기하다’고 ‘이 나이에 그런 게 하고 싶냐’, ‘그냥 사면 편할 텐데 돈 들여서 굳이 배우고 싶고 만들고 싶고 그러냐’ 하면서도 내가 원하면 군말 없이 따라준다. 집 짓기도 그랬고 목공도 그랬고, 도자기도 그랬다. 필요할 때면 아이를 돌봐주고, 필요할 때면 드릴과 드라이버를 들어주며,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 만들기도 내 손을 기대하지 않고 알아서 하는 편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잔소리는커녕 오히려 참 좋아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남자와 살면서 다 마음에 들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남편에게 이런 면에서는 참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상 나의 최고의 지원군은 내 집이다. 

내 집은 참 품이 넓고 너그럽다.

‘하고 싶은 게 있다고? 걱정 마!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언제나 내게 말해 준다. 그 많은 도구와 물건들을 다 품어주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언제나 마음 편히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 준다. 나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다 받아주는 너그러운 내 집이 참 좋다.     

나는 늘 생각한다. 

"집짓기 참! 잘했다!"

             
새집으로 만들었지만, 입구가 너무 넓어 새는 오지 않고, 주로 말벌집이 된다. 
자투리 방부목으로 만든 화분 받침대와 토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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