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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올 Jan 22. 2024

1화. 단독주택살이와 집 짓기에 대한 기록을 시작하다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낡은 단독주택살이로부터 주택앓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집을 지었다. 


 남편을 따라 경북 영주지역에 파견 근무를 하던 중 낡은 단독 주택에 2년 정도 산 적이 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주택 살이가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 2년간의 주택살이에서 나는 마당과 주택살이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파견 근무가 끝나고 대구로 복귀한 이후에도 나는 한참 동안 그 낡은 집 마당의 기억에 붙잡혀 있었다.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모아 전셋집을 거쳐, 좋은 조건의 넓은 아파트를 내 집으로 마련하고서도 나는 그 낡은 주택의 마당을 떠나지 못했다. 금호강이 보이는, 초등학교를 품은 지하철역 앞 41평 아파트를 내 집으로 갖게 되었음에도, 마음은 늘 그 낡은 주택의 마당에 있었다. 마당이 너무 갖고 싶었다. 마당 한 켠 담장의 담쟁이덩굴도 그립고, 옥수수 길도 그립고 마당의 수돗가와 텃밭이 너무나 그리웠다. 밤이면 아름답게 펼쳐지는 야경도, 거실 창 한가득 보이던 반짝이는 금호강도 그 낡고 비좁은 집의 마당 한 구석에서 맞는 햇살과 바람에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내 마음은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렇게 보기만 하는 풍경이 아니라고! 그 풍경 속에 살고 싶다고! 그 풍경 속에서 땀 흘리고 숨 쉬고 싶다고!”


 결국 다시 영주로 돌아와 땅을 구하고 집을 짓고야 말았다. 그렇게 꿈꾸던 마당과 정원을 드디어 갖게 되었고, 매일 아침마다 내 마당에서 반짝이는 햇살과 바람을 만나고 주말이면 삽질과 호미질, 가위질로 운동과 나들이를 대신한다. 나는 내가 지은 이 집과 내가 가꾼 이 마당이 정말 좋다. 나의 생활과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고민해서 설계에 담았기 때문에 지금도 불편함 없이 참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인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집 짓기를 하고 나서 기억이 바래기 전에 나의 단독주택 살이와 집 짓기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건 역시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그건 생각뿐이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언젠가는’이라는 말과 함께 자꾸 미뤄두기만 했다.     

 펜으로  그려 본 우리 집




두 번째 집 짓기를 계획하다


 그러다가 두 번째 집 짓기를 계획하게 되었다. 

 시작은 흰둥이 때문이었다. 집 옆의 산이 개발되어 마을이 확장되면서 우리 집이 갑자기 마을 한복판에 있는 집이 되어 버린 것이다. 흰둥이가 낮이나 밤이나 지나가는 사람, 공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얼마나 짖어대는지 이웃들에게 미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자다가도 쫓아 나와서 조용히 시키고 들어가곤 했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 나는 남편과 이야기 끝에 더 나이 들기 전에 집을 한 번 더 지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남편이 갑자기 마음의 결정을 하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새로 생기는 대지 중 마을의 제일 뒤쪽 대지를 계약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두 번째 집짓기 도전을 계획하면서 이제는 내가 지은 집과 그 이야기를 기록하겠다는 계획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계획이 되었다. 이 집을 떠나기 전에 이 일을 완수해야만 했다. 

 세상에! 그렇게나 마음을 먹고도 결국 떠날 때가 되어서야 시작을 하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가 없으니 또 게을러졌다. 그래서 목표를 만들기로 했다. 온라인 사이트에 7년이나 지난 뒤늦은 집들이를 올리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드디어 차근차근 진행이 되었다. 몇 달간 틈틈이 기존 사진을 찾고 부족한 사진은 새로 찍으며 온라인 집들이를 완성했고 편집자의 편집 과정을 거쳐 온라인에 서비스되었다.      

 온라인에 서비스된 우리 집 집들이를 보며 아쉬움이 있었다. 온라인에 공개되는 집들이어서 담지 못한 사진도 많았다. 집들이다 보니 집을 짓게 된 계기와 과정도 담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마당과 함께 자라는 모습을 담아 우리 가족의 집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커서 책장을 넘기며 추억할 수 있도록, 아이들 사진을 함께 담아 추억 앨범 같은 책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출판까지는 아니라더라도 아이들이 독립할 때 기념품으로 하나씩 안겨줄 책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역시 계획은 계획일 뿐 이 핑계 저 핑계로 또 시간만 흘러갔다. 나의 계획은 또 차일피일 자꾸 미루어지기만 했다.      



 덜컥 암 진단!     


 어느 날 갑자기, 덜컥 암 진단을 받았다. 2기 말. 0기, 1기라고 해도 나의 삶에 죽음이라는 가정을 가져와야 할 충격인데 2기 말이란다. 수술 결과에 따라서는 3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질병 휴직을 하고 대형 병원 진료 예약을 해 놓고 수술 및 항암 치료 일정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나의 모든 일상은 일시 정지되었고 어쩌면 강제 종료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해봐야 소용없는 걱정들과 우울감, 가족들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오고 마음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몰두해야 할 일이 절실했다.      

 그간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일 <나의 단독 주택 살이와 집 짓기에 대한 기록>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암 수술을 3일 앞둔 2022년 9월 13일 300여 쪽 정도의 초고를 완성하였고, 암 치료 중 가장 쉽다는 수술을 하고 어느 정도 회복한 후, 편집과 교정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힘든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편집과 교정을 마치고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비록 정식 출판이 아닌, 제본한 책이기는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억을 선물하는 보물이다.      


 이 책에 담았던 주택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브런치에도 한 보따리씩 풀어 볼 예정이다.          


우리 가족의 집 짓기와 주택살이를 가득 담은 책이다.
311쪽의 책에 집짓기의 시작과 과정, 추억들이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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