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져야만 집 안으로 들어오는 아이들
주택에 살면서 가족의 일상이 달라졌다. 아이 둘은 유치원에 다녀오면 평상에 가방을 던져두고 마당에서 놀았다. 해가 져야만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왔다. 마당에서 풀을 뜯어 매일 가게 놀이를 하고 모종삽과 호미로 흙 놀이를 하고 소꿉놀이를 했다. 수돗가에서 물을 담아와 물길을 만들어 물 달리기(아이들이 스스로 지은 놀이 이름이다.)도 하였다.
그 마당에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짐볼도 타고, ‘곰 잡으러 갑시다’ 놀이도 했다. 비누 방울 놀이, 숨바꼭질, 술래잡기, 비행기 날리기 등 놀 것이 무궁무진했다. 마당 평상에서 점토 놀이나 물감 놀이도 자주 했다. 가만히 두어도 아이들은 새로운 놀거리를 언제나 잘도 찾아냈다.
마당은 아이들의 자연 체험장
온통 전체가 밭이었던 마당을 바꾸기는 했으나 여전히 텃밭의 비중이 많았다. 작은 잔디마당과 흙마당 외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어서 어릴 때 농사일을 거들기는 했지만, 한 번도 직접 농사를 지어 본 적은 없었다. 봄에 5일장에 가서 모종만 사서 심어 두고 거름 한번 비료 한번 주지 않았는데, 어이가 없을 정도로 모든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어찌 된 일인지 부모님이 지으시던 텃밭 농사보다 오히려 더 풍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땅이 정말 기름졌던 것 같다. 이전에 농사를 지었던 분이 땅을 정말 잘 만들어 놓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짜 ‘이거 실화야?’ 싶을 만큼 많이 달렸다. 토마토가 너무 많이 달려서 토마토가 진심으로 걱정될 지경이었다. ‘너 괜찮니?’ 하고 토마토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구마도 푸짐하게 주렁주렁 올라오고 가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봄에 옥수수 아래쪽에 콩 한 줌을 빙 둘러 심었더니 가을이 되니 누런 콩이 알알이 주렁주렁 달렸다. 마법 같았다. 콩도 푸짐하게 수확했다. 그렇게 마당에서 열매를 따고 고구마를 캤고 콩 타작을 하면서 계절마다 즐거운 기억들로 꼭꼭 채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