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원 화실』 - 이수지
어릴 적 화가를 꿈꾸며 읽었던 그림책이다. 인생 책이란 나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어서 살아가며 드문드문 생각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으로 고른 『나의 명원 화실』은 갑자기 집어 들어 문장을 곱씹곤 했던 책이다.
“진짜 화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물속에 잠긴 것, 물 위에 뜬 것과 물 위에 비친 그 모든 것들이 물을 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야. 그것이 물을 그리지 않고서도 물을 그리는….”” 33
나는 어떤 생각을 옆에 두고, 어떤 행동을 옆에 두고, 어떤 사람을 옆에 두고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성공한 나를 떠올렸을 때, 그때의 내가 할 법한 생각과 행동,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지금도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사실에 먼저 감사하게 된다.
“카드에는 색색으로 하나하나 점을 찍어 만든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
진짜 화가가 나를 위하여 이 굉장한 카드를 손수 만들어 보낸 거예요. 그 순간, 나는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펑 하고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지요.” 36
이 문장을 볼 때마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고흐의 방을 점묘화로 그렸던 게 생각난다. 흰 도화지에 처음 몇 번 점을 찍을 때는 신났다. 1분 정도가 지나고 반복적으로 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에 질리는 순간이 왔다. 손목도 아팠다. 하지만 어떻게든 완성을 하고 싶어서 점을 빠르게 찍어나갔다. 그때 반에서 가장 빨리 제출했을 거다. 다 그리고 보니 뿌듯하고 즐거웠다. 다른 점묘화도 그리고 싶었다. 시간이 안 돼 못 그렸지만.
인생도 이 점묘화를 그리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점을 하나하나 찍어나가는 시간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그때는 지루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전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정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