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겠다는 거여?
말겠다는 거여?

난생처음 소상공인 3

by 바람은영


'내 공간, 극단의 공간'에서 '누구나의 공간'으로 전환해 공간 대여를 시작한 지 70일째.릿속에서 퀘스쳔 마크가 번쩍거린다.


-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어째 좀 이상한데?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의심한다는 건... 이 방향이 뭔가 불편하거나 힘겹게 느껴진다는 뜻이리라.


- 아닌데? 분명히 난 신명나게 일하고 있는데?


대관 손님들에게 보내는 안내문자 보낼 때도 '요호~' 휘파람을 분다.


인스턴트 아메리카노와 믹스커피를 일반용과 아이스용 다 준비하고 녹차부터 연잎차까지 티백도 챙겨서 정리함에 가지런히 꽂으면서 '유후~' 휘파람을 불어댄다.


갑작스러운 시간과 인원 변경, 당일 취소 요청 등을 마주하고도 당황하지 않고 나름 매너 있게 대응한다.


대관 사용 후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슬리퍼, 전면거울에 찍힌 손자국, 컵수거대가 아닌 일반쓰레기통에 음류가

든 채로 버려진 종이컵들을 대면할 때면 화는 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는 않고 나름 유연하게 대처한다.


영상촬영팀이든 낭독극 연습팀이든 스터디나 강의팀이든, 찾아오는 이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을 연출해 내고자 애쓴다.


밤 대관과 다음 날 아침 대관이 이어질 때면 그 밤과 아침 사이에 어떻게든 청소를 해내려고 애쓴다.


애를 쓴다.

자랑질 중인 걸로 오해받겠지만,

우린 무진장 애를 쓴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도 또 애를 쓴다, 남에게 들키지 않고 나만 아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며칠째 대관예약 소식이 없으면

- 왜 우리 공간을 알아주지 않지? 언제쯤 다음 손님이 나타나지?

애태운다. 목이 길어 슬픈 짐승도 아니면서 목을 쭉 빼고 기다린다.


그러다가도 대관예약이 연이어 줄줄이 들어오면

- 아, 이거 한 팀 퇴실하고 곧바로 다음 팀 들어오면 안 되는데? 중간 청소도 못하고 커피세팅도 못하는데?

- 내가 글작업 할 시간을 미리 빼놓아야 하나? 극단 모임 시간에 지장을 주면 안 되는데?

어이없게도 대관현황표를 앞에 두고 쩔쩔매고 짜증까지 낸다.


손님이 없으면 없다고 걱정, 많으면 많다고 걱정...

이것이 대체 뭣이여? 돈을 벌겠다는 거여, 말겠다는 거여?


어쩌면

너무 잘하려고 애를 써서 문제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창작자인 본캐와 연습실 사장인 부캐 사이에 균형이 깨져서 힘들어하는 건가?


혹시

연극작품이든 글이든 영상이든, 내 본업이 창작예술에 몰입할 시간과 에너지는 반드시 지켜가면서 대관업을 하겠다는 야무진 혹은 현실감 떨어지는 계획이 틀어져서 실망했나?



나 홀로 고민 중이라 생각했는데, 곁에서 함께하는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한 마디씩 건네준다.


- 충분해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 해야 되는 거라서 하는 건 아니에요,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다른 연습실 가서 받아보고 싶었던 것들을 내게로 오는 손님들한테는 주고 싶어서 그러죠.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으로! 알죠? 고객감동!

환한 미소까지 얹어서 대답한다.

나를 사랑하는 그들의 눈에선 더욱더 하트뿅뿅 대잔치다. 제법 있어 보이는 대답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좀 찜찜하다.


나 말이야... 연습실 사장으로서 자격 미달인 건 아닐까? 돈 벌 준비가 안 되었나?

사업을 너무 모르면서 뛰어들었나? 돈을 벌겠다는 절실함이 부족한가? 아닌데? 돈 벌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연습실로 떼돈 벌겠다는 건 아니지? 그렇게 벌 수도 없고...

가만, 이런 고민할 시간에 글을 써야 하는 거 아냐?


치열하게 투쟁해 온 소상공 선배님들 보기엔 꼬마들 소꿉장난 같은 물음들이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좌우로 흔들다 보면 균형이... 잘 맞춰지겠지.

좀 갸우뚱거렸다고 넘어질 나이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