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공간과 작품, 그리고 관람자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리움이라는 공간 자체가 감상의 일부로 작용하며, 작품의 인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작품들은 관람자의 시선과 동선을 고려해 배치되어 있고, 자연광과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각 작품이 놓인 공간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조성한다. 천장의 개폐를 통해 빛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전시장은 시간대나 위치에 따라 다채로운 감각을 전달한다.
칼 안드레(Carl Andre)의 바닥 설치작품 *‘81개의 구리/철’(Hephaestus’ Net)*은 바닥 타일처럼 자리하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구성 속에서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으며, 무심한 이동조차 작품 감상의 일부로 만든다. 온 카와라(On Kawara)의 *‘1981년 7월 8일’*은 작품의 제목이자 내용이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조각을 떼어내어, 그 순간 자체를 작품으로 고정시켰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중정 정원의 이끼는 시선을 잠시 머물게 하며, 감상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여백을 만들어준다.
리움 소장품 전은 작품 그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작품이 놓인 공간, 관람자의 움직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인식의 변화까지 모두 감상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전시장은 단순히 ‘보는 곳’이 아니라, 그 안을 걷고 머물며 천천히 체험하는 하나의 감각적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