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에 대해서

by Divitia J


유원지보다 미술관과 박물관에 사람들이 더 몰리는 시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평일에도 관람객들로 가득하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게 된 것일까.

사람들이 찾는 공간의 핵심은 결국 '즐거움'에 있다. 공간에 무언가를 걸거나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다채로운 이벤트를 연다. 시각과 청각, 촉각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요소를 더하기도 한다. 음악을 배경으로 깔거나 조명을 아름답게 연출하며, 때로는 창작자의 작업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렇다면 학예사로서 나는 그동안 어떤 작업을 해왔는가. 우선 전시 공간의 본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존재에게 공간은 선험적(Transcendental)인 조건이다. 무엇이 존재한다면 이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발을 딛지 않고는 어디에도 서 있을 수 없듯이, 진공 상태에서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물리적인 장소를 필요로 한다. 작품을 걸거나 눕히는 등 특정 장소에 배치함으로써 전시는 시작된다. 흔히 볼 수 있는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전시는 작품을 위해 공간 스스로의 존재감을 지운다. 공간은 오직 작품을 위해 존재하다가, 작품을 비춘 뒤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지닌다. 전시의 구성 요소인 조명 또한 작품을 돋보이게 하고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

전시의 역학은 철저하게 작품과 관람객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관람객의 동선 또한 작품을 최적의 상태로 감상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고려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세심한 기획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였다. 전시실의 하얀 벽면은 어둠과 대비되어 작품을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공간의 경계를 지워 관람객이 오롯이 작품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이중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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