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와 조르조 모란디

영원과 순간

by Divitia J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속에 머무는 빛은 유독 남다릅니다. 마치 얇은 베일을 드리운 듯 은은하게 스며드는 그 빛의 비결은 수많은 화가와 감상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독보적인 기법은 전해지지 않은 채 사라졌습니다. 사실 그의 그림은 대단히 아름다운 여인이나 특별한 장소, 거창한 사건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비출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베르메르의 작품 앞에

멈춰 서게 되는 건, 그가 구현해 낸 빛의 오묘하고도 은은한 표현력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또한 거창한 이벤트나 화려한 선물, 역동적인 변화에만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결국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듯, 굳이 득실을 따지지 않아도 말이지요. 저는 아침이 좋습니다. 아침 공기에 설레고, 그날의 뉴스를 들으며 '시작'이라는 기쁨을 만끽합니다. 따스한 날씨나 맑은 공기 같은 사소한 것들에 마음의 파동이 일어납니다.


조르조 모란디의 작품에서도 베르메르가 가졌던 '일상의 빛'이 지닌 특별함을 발견합니다. 그의 정물화에는 대단한 재료도, 특이한 대상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정물화 중에서도 그의 작품은 결이 다릅니다. 목이 긴 병이나 둥근 사과 같은 것들이 마치 영원의 순간 속에 박제된 듯 고요하게 놓여 있습니다. 세잔의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에서 느껴지는 무심한 유희처럼, 찰나 속에 멈춰 선 사람들이 그대로 하나의 정물이 된 듯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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