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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롬 Dec 05. 2022

#118.심심하고 소소한 뮌헨 체류기

보통 남녀의 375일 세계여행 기록

#독일 #뮌헨 #마리엔광장

#호프브로이하우스

#2017년10월31일~11월2일


<기차에서 맞이한 나른한 햇살과 풍경>

 두 눈을 감고 햇볕 은은한 기차 창에 기대 입안 가득 퍼질 맥주의 아름다움을 상상해본다. 우리가 향하는 독일 뮌헨은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옥토버 페스티벌이라는 거대한 맥주 축제가 열리는 도시이다. 시기를 놓쳐 축제에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뮌헨에는 유서 깊은 맥주 한 잔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유명한 맥주홀이 있다. 기다려라 맥주의 도시야!

<마리헨 광장의 시작. 중세 시대로 들어가는 문 같다.>
<마음까지 따뜻하게 물들이는 길거리 연주>

 작고 아늑한 호텔에 짐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리엔 광장을 향해 걸었다. 중세시대로 연결된 듯 멋스럽게 세워진 문을 지나자 세월을 깊게 품고 아름답게 낡아가고 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거리에는 편안한 스웨터를 입은 예술가들이 각종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들 손에서 퍼져 나온 부드러운 선율이 겨울을 앞둔 도시의 풍경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신시청사의 시계탑. 다음엔 꼭 인형극을 볼 수 있길.>

 마리엔 광장 중심에 위치한 신시청사 건물에는 멋진 인형극이 펼쳐지는 시계탑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실제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인형들이 나와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고 한다. 비록 그 멋진 장관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신시청사 건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발톱까지 생생한 용 조각.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다.>

 신시청사는 오후의 햇살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유럽의 가을과 잘 어울리는 건물이었다. 100년 정도밖에 안 된 건물이지만 발톱 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된 용 조각을 보며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유럽 여행은 역시 모름지기 상상과 함께해야 제맛이니까.

<무엇이든 찾아 드려요!>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탐정 사무소의 간판이다. 위트 있고 직관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보다 잘 만든 간판이 또 있을까 싶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호프브로이>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호프브로이하우스가 나타났다. 겉은 차분해 보이는 건물이었는데 안에 들어서니 왁자한 주자의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커다란 맥주잔을 부딪혔다. 우리도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역사적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시원한 맥주 두 잔으로 여독을 풀어본다>
<겨자 소스에 곁들여 먹으니 세상 꿀맛>

 소시지 한 접시와 맥주 두 잔. 맛은 우리가 아는 딱 그 정도였지만 분명 무언가 달랐다. 약간의 피로와 낯선 공간, 소란하게 들려오는 수많은 언어들.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만들어진 특별한 맛이었다. 우리는 두툼하고 무거운 맥주잔을 기분 좋게 부딪혔다. 이만하면 독일 여행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리가 텅텅 비어버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 딱 걸림.>

 하지만 불행은 다음날 벌어졌다. 뭔가 구경하려고 나섰는데 이상하게 거리가 조용했다. 가게들도 모두 닫혀있고. 알고 보니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 독일 전체가 공휴일에 들어갔다. 음식점이며 각종 가게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고 우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걷다가 또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빵집에서 빵 하나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실컷 잤다. 그리고 어스름 저녁에 일어나 맥도널드를 찾아 푸짐한 햄버거 하나씩을 사 먹었다.

<동네 빵집에서 사온 빵으로 탄수화물 급 충전>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은 벤츠 전시장에 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했는데, 돈 아낀다고 걷고 또 걷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도 포기. 그 대신 햇살 좋고 단풍 좋은 벤치에 앉아 샐러드를 먹었다. 벤츠 대신 벤치. 뭔가 처음 의도와 매우 많이 멀어졌지만 될 대로 되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니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길에서 먹는 샐러드의 맛. 을~마나 맛있게요?>

 독일의 대도시 여행은 이만하면 됐다. 이제 디즈니의 모티브가 된 멋진 성이 있는 독일의 남부 마을 퓌센으로 향한다. 도시보다 멋진 시골, 더 깊고 오래된 이야기들로 나를 설레게 할 그곳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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