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에 입도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은
'어떻게 제주도에 살게 되었냐'이다.
첫 번째 이유는
'제주에 살아보고 싶어서'이다
제주에 살기 전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제주 여행을 했었다.
그때마다 좋은 기억들을 쌓았고 제주도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지니고 있었다.
한 지인분이 제주에서 프로젝트성 기획 및 운영 업무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해주신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판교로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주저주저하다가 제주행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후회가 되더라. 그때 갈걸 그때 갈걸.
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제주에 사는 친구에게 일자리를 부탁했고, 마침 일자리가 있었고, 나는 바로 제주로 오게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독립해보고 싶어서'이다
31살까지 본가에서 독립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교마저도 집에서 차로 십오 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자취할 일이 없었다. 독립을 할 명분이 없었고 본가가 서울인데 서울에서 자취하고 싶진 않았다.
더 늦기 전에 혼자 살아보고 싶었다.
세 번째 이유는
'바다가 좋아서, 야자수가 좋아서'이다
여름철엔 바다가 눈앞에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는 성격이다. 바닷물에 둥둥 누워있을 때
마치 내가 지구에 한 일부가 된 느낌이랄까?
바다가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강원도냐 제주도냐를 고민했었다
강원도에는 친구도 있고 여름마다 쉽게 자주 갔던 곳이어서 혼자 살기에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남쪽에 있는 탐라국이 조금 더 끌렸다
탐라국에는 야자수와 선인장이 많아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네 번째 이유는
'매일매일 오전에 일어나는 삶이 싫어서'이다
나는 야행성 인간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 자체는 꽤 즐거웠지만, 출퇴근 시간 왕복 3시간이었던 터라 매일 일찍 일어나는 건 나에게 고역이었다. 덧붙이자면 한국의 일반적인 회사는 1년에 휴가가 12~15일 정도다. 너어무 적다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고 판단되었고, 회사원의 월급 정도는 내가 어떻게든 벌 수 있을 것 같았다(월급이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생각이다)
이외에도 자잘한 이유들은 많다
미세먼지 피하고 싶어서 술자리나 클럽을 엄청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격, 가족들도 제주도를 좋아한다는 점(자주 놀러 옴), 집순이라 외로움을 잘 타지 않음, 그당시 남자 친구가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제주 오기 직전에 헤어짐) 등이 있었다
내 제주행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멋있다. 대단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그들보다 대단한 점은 1도 없다.
단지 먼 미래보다 당장의 단기적인 미래만 생각한다는 점이 차이점일까?
다음엔 제주도에서 어떻게 돈을 벌어먹고살고 있는지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