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00년

by 말쿡 은영

아니 뭐 마냥 잃어버리기만 했다는 건 아니다. 얻은 것도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잃어버린 것에 초점을 맞춰보는 거다. 세상 사람들 조금만 진지하면 "왜 그리 진지하냐, 심각하냐, 부정적이냐" 얘기하는 통에 나의 진지 모드에 대한 콤플렉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만, 난 해야겠어~~ 진지해야겠어~~

사실 누구나 진지하지, 다만 나는 진솔하게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라 더 드러나는 거지 말이야. 이런 나를 나는 좋아한다고.


'잃어버린'.. 어떤 제약 조건에 의해 할 수도 있었던 걸 못한 상태로 정의한다면, 가정을 꾸리고 삶을 꾸리며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즉 나의 삶에 마구 생겨난 그 변수들에 대한 감당을 내가 잘하지 못함으로써 나 자신을 위한 도전, 어떤 추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위축이 빈번히 일어났고, 결국 인생은 다채로운 경험들로 채워지는 것이라 할 때 속으로만 침잠한, 외적으로 보기엔 전혀 다채롭지 않고 단선적인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잘 진행되게끔 돕고 싶은 마음이 늘 생기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게 해 주어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를 아무 대가 없이 바라게 되는 나를 발견할 때, 그 마음처럼 구체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은 구체적인 경험의 부족 때문이 아닌가 한다. 누구에게 조언을 해주고, 정보를 찾아 안겨주고 싶은 욕구만 솟고 그다음에 진입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 인생의 어느 시점이든 '시작'을 할 수 있다. 어떤 연령이 그에 어울리고 그렇지 않다는 단언은 그 누구도 내릴 자격이 없다. 그저 내가 나를 다시 한번 믿어주고 시작하겠다고 하면 그뿐이다. 내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잃어버린'에 초점을 맞추어 앞으로 나아가는 호흡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나는 그 '시작'이 좀 힘든 사람이다.


요즘은 무엇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점점 미궁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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