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얼만큼 기대할 수 있는가
2022년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의 사회적 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를 사교육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집어넣는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설득해서 가게 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작부터 아이의 주관이 세어졌고, 제 마음대로 수업을 정할 수 없어졌기에 어떤 수업을 아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긴 호흡의 일 시간을 확보하려면, 방학 중 하루 당 네 다섯 시간씩의 사교육에 더 비용을 지불하여야 합니다. 민간 돌봄 서비스 비용을 알아보니, 평일 하루 두 시간씩 주 5일에 대하여 18만 원이었기에, 방학 4주에 72만 원, 여기에 만약 하루에 2시간씩 추가로 서비스를 신청한다면 방학기간 동안 총 140여 만원이 추가로 투입됩니다. 학교에서 하는 방학 중 방과 후 수업이 아귀가 맞게 매칭이 된다면 어느 정도 감액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아이 교육비가 개인적 이슈로 떠오르는 작금의 시기에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공교육, 그리고 그 둘 간의 불협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의 사교육비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지요. 부모의 ‘부(富)’의 수준에 따라 교육을 받는 수준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적으로 제 형편에 맞게 사교육을 시켜왔고 다른 이들의 지출액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작년 한 해 사교육비 지출총액이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코로나 주요 뉴스로서 자주 언급되었던 교육 격차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정녕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은 언제까지나 현재와 별 다름없이 유지되려는 것인가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2021년) 하반기에 교육부의 <교육 회복 종합방안>이 발표되었고, 그에 따라 2022년 연간 8,000억 원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투입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역별로 실행방안이 발표되고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실행된 결과들을 정리하여 그 효과를 판단하고 2024년까지 후속 조치들이 이어지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올(2022년) 2월에 게시된 ‘교육 회복 종합방안’ 안내자료에 포함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지 체감되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그 성과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
2021년 초중고 연간 사교육비 총지출액은 23.4조 원인데요, 전년 대비 21%나 늘어난 액수입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대면 수업에 대한 제한이 커져 주춤하였다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21조 원 대에 비해 훨씬 늘어났습니다.
2022년 교육현장이 그럭저럭 회복되기 전까지, 2020년~21년에 걸쳐 아이들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한동안 EBS의 녹화 영상과 학교 과제로 자습 형태로 진행되기도 했고, 이후 실시간 줌 수업 등이 정착되면서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이 병행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초기부터 학원을 보내는 사교육을 여전히 유지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체로 감염을 두려워하여 아이들과 돌봄주체들은 집콕 생활을 많이 하였지요. 또는 가정에서 일대일 수업을 진행하거나 학습지 수업으로 기존 사교육을 이어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작년부터는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백신 접종 그리고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사교육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회복이 되는 듯했으나 좌절되고 수업의 절반 이상은 원격수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원격수업이 가지는 한계로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등교할 때는 등교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각종 평가를 완수해야 하기에 대면 수업에서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상호작용이나 예체능 활동의 경험이 충족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결국 사교육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경향으로 가게 되었지요.
월 300만∼400만 원 소득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70%, 월 400만∼500만 원 소득 가구는 77.2%로 전년 대비 각각 9.1% p, 8.7% p 상승하여, 상승 폭이 가장 컸어요. 또,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거나, 월 20만 원 이하를 지출하는 경우의 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그 외 구간에 대해서는 대체로 지출이 늘어났습니다. 월 70만 원 이상 지출한 학생이 15.8%로 3% p나 늘었어요. 이것은 결국 저소득층의 사교육 기회는 줄어들고, 소득이 높을수록 지출의 폭이 더 컸다는 것인데요, 즉, 부의 수준에 따라 교육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되는 것입니다. (참고: 코로나에 사교육 격차도 커..고소득층·대도시·상위권일수록↑ | 다음뉴스)
한편, 사교육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는 동안, 공교육이 이에 대한 대응을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에 목격한 하나의 당황스러운 경우는 코로나에 감염된 학생이 등교 기간에 등교하지 못할 때 어떠한 수업도 제공하지 않고 ‘체험수업’ 신청서를 내고 그저 결석처리만 되지 않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미지의 바이러스를 파악하기 위한 기간을 가지면서 일단 잔뜩 움츠리고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을 학부모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나, 1년이 되어가고 1년이 넘어 2년이 되는 동안 ‘바이러스 전파의 최소화’의 목표 외에 학생들의 학습 수준 향상을 위해 기획된 것은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 의문이에요. 예를 들어, 원격 수업의 경우, 아이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대 별로 몇 개의 소그룹 수업을 진행하여 교사와 아이들 간에 상호 작용을 제고시킨다든지, 현재 사교육 시장에서 일정 규모로 행해지고 있는 주요 과목의 수업이나 예체능 활동을 공교육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중앙정부에서의 지침이 어떻게 내려오는지 알 수 없지만, 각 학교의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어쨌든 내려온 지침의 범위에서 재량권을 가지게 되는데, 지난 2월의 경우 개학이 10일 남은 시점에, 정상 등교를 추진해왔던 정부가 원격수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침을 그때까지 내보내지 않아, 등교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안내가 가정으로 발송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안전을 고려한 접근임을 압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보편타당하게 인정되는 수준의 방역 수칙 내에서 온라인 및 오프라인 공교육을 보다 다양화 및 활성화할 수 없을까요?
2022년 한 해 동안은 아이가 무사히 쭉 학교를 다녀오고 있는데요, 코로나 격리된 아이들을 위한 어떠한 교육 대안도 아직 마련되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코로나는 이제 장기전입니다.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코로나로 일주일간 학교를 가지 못하는 그 기간에 아이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어 학생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지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모든 생활권에서 거의 제약 없이 마스크를 벗고 필요한 것, 즐길 것을 다 누리고 있습니다. 소비자로서의 권리, 경제활동을 할 권리는 전부 보장하고 풀어주면서, 유독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관리와 통제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주양육자의 거세고 무서운 반발이 없어 만만하게 그냥 떠넘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공교육, 자꾸 멀게만 느껴지는 공교육입니다. 기존의 의무사항을 준수하여 책임감 있게 운영하는 것에 추가로, 공공의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필요를 발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도 '공'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침.
'다음의 삶을 고민하는 레터' 라라레터(linktr.ee/lala.letter)에 실었던 글(5호. 2022년 3월 27일 발행)을 현재 시점에서 내용을 좀 더 추가 편집하였습니다. // 나의 다음의 삶, 다음 세대의 삶을 지탱하여 줄 가치에 대해 공부하고 정리하는 과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라라레터에 실었던 글들을 재편집하여 모두 업로드한 후에는, '환경', 그리고 '시민의식'을 키워드로 세부 주제 별로 글을 써나가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제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