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우연히 '아는 형님' <외국인 편>을 보았다.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님을 비롯해서 인도, 미국 등에서 온 유명 외국인들이 출연했다. 크리스티나 님은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대활약하고 그 이후 방송에서 가끔씩 볼 수 있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크리스티나 님이 첫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정말 괜찮은 남자였고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어 기대에 차 그 자리에 갔는데, 1시간 동안 자기 얘기만 줄구장창 해대더라는 거다. 그러면서 남녀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배려'라는 이야기를 했다. 마침 인간관계에서 종종 겪기도 하고 최근에도 겪은 무배려의 대화가 떠올랐고 자신의 pace대로 일방적으로 줄구장창 떠드는 것에 대해 느꼈던 피곤함, 그리고 얼빠짐의 감각이 다시 올라왔다.
한두 시간 동안 한 사람만이 그의 이야기로 때려 박는 경우를 가끔씩 경험한다. 이것은 '주도'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토해내는 것이다. 듣는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깡그리 무시한 채, 상대, 또는 상대의 의견에 대해서는 '1'도 궁금해하지 않고 배설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이것은 뭐 '말받이'인지. 이런 경우를 겪을 때마다 나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조금의 행복감도 느끼지 못한 채, '질린다'는 감각만 가지고 귀가하면서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만나지 않는 선택 자체가 또 관계에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또 하나의 공격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그 마음을 접곤 한다.
궁금하지도 않은 자신의 TMI를 촘촘하게 나의 시간에 때려 넣고, 그에 대해 질문할 틈도, 그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제시할 틈도 조금도 허락하지 않을 때 숨이 막히고, 그 사람을 엎어버리고 싶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오디오 비는 것을 참지 못해서인가, 계속 자신의 존재를 초 단위로 인정받고 싶어서인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쏟아내어 그중 뭐라도 상대에게 도움이 되겠지 기대하면서 그러는 것인가? 기본적인 사람의 감각으로는 그렇게 될 수 없는 게 아닌가? 어떤 욕구가 지배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추측으로는 기본적으로 '독선'의 맥락에서 그리 된다고 본다. 자신의 삶을 채우고 있는 내용이 우선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 계획, 판단이 맞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대처방안은 A, B, C 등 사람의 숫자만큼 뻗어갈 수 있음에도 그 가능성에 전혀 열려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을 큰 소리로 뱉어내는 행위 자체가 발생하고,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질 이유가 없는 일들이 다반사인 일상에서 상대는 그저 목소리를 삼키고 따라주기 마련이다. 성가시게 설왕설래할 필요가 없고 설왕설래해보았자 기분 상할 일만 생기니까 말이다. 결국 빨리 큰 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때려 박는 사람 마음대로 가버리는 것이다.
"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요."
"내 방식은 이것이고, 이게 편하니 괜히 말 보태지 말고 조용히 계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때가 그런 사람과 맞닥뜨릴 때 자주 찾아온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 깨부수고픈 욕구가 솟아오른다. 얼마나 잘못된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어디 변하는가?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살아왔고, 그런 점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떨어져 나갔을 것이고, 붙어 있는 사람들은 그 면의 조금만을 겪어 봤거나 사랑으로 포용해 주는 사람들이겠지. 곁에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잘못을 깨닫지 못하겠지.
대화는, 너무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것이다. 질문과 답을 통해 질문이 점점 진화하고 깊어져가는 과정이 대화가 아닐까.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 그저 배설이 아닌지, 때려 박아버리는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하여야 한다. 나의 시간만큼 상대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대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