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케데헌’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관광객도 늘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도 역대 최대, 또 까치 호랑이 굿즈도 품절 사태라지요. 그런데 그런 물질적 애착 말고,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누려야 할 정신적 가치는 뭘까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K-pop 아이돌이 세상을 점령하려 하는 악령들을 물리치는 ‘데몬 헌터’라는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루미, 미라 조이로 이루어진 3인조 여자 아이돌이 주인공인 가운데, 루미는 악령과 헌터 사이에 태어난 중간자적 존재로서, 몸에 새겨져 있는 악령의 문양을 숨기고, ‘혼문’이라는 마법을 완성해 악령의 세력을 봉인하는 날을 고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악령의 우두머리 ‘귀마’의 수하들로 구성한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등장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해 혼문을 방해합니다. 그러다 루미는 자신의 비밀을 사자보이즈의 리더인 진우에게 들키고, 자연스레 가까워집니다. 귀마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기를 꿈꾸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진우, 실수로 태어난 존재라는 악령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루미의 대립 구조가 펼쳐지며, 과연 루미의 바람대로 혼문이 열릴 것인가, 극의 긴장감은 고조됩니다. (결말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주인공 '루미'와 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악령과 천사의 목소리가 공존하니까요. "나한테는 악령이 절대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요? 만약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부처나 예수와 같은 사람일 겁니다.
우리 모두는 ‘진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내면에서 속삭이는 악령의 목소리에 무너지곤 하니까요.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다 함께 쓰는 자원을 함부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악플을 달거나 험담을 하는 일도 악령에 휘둘린 결과이겠지요. 또한 저마다 살아오면서 해소되지 못한 분노와 그로 인해 행하게 되는 무자비함도 악령의 다른 모습일 겁니다.
결국 인간의 삶은 내면에 공존하는 악령과 천사의 목소리 중에, 누구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더 따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진우처럼 ‘나는 나약해서 안 돼’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루미처럼 악령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요.
악령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내면의 힘을 기르며 신성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획득해야 할 진정한 (비물질적) 보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