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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Dec 08. 2020

코로나로 인한 14일간의 격리생활 후반부를 지나며

무료한 기다림

이젠 너무나 익숙해진 작은 공간과 무료한 일상에 젖어 있는 나를 거울을 통해 응시해본다.

평상시 집에선 잘 입지도 않았던 그 운동복을 며칠째 입고 있다. 매일 두 번, 오전 9시와 오후 4시경에 체온 체크하러 오는 우주인 복장의 그녀를 대하는 것이 유일하게 사람과 대면하는 경우이다. 그녀도 늘 같은 우주인 모습이다. 서로의 복장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는다. 체온이 정상이라는 짧은 말 한마디를 하고는 돌아선다.


샤워를 해야겠다.

샤워부스는 공중전화 정도의 좁은 공간이다. 샤워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얼굴을 정확하게 때린다. 몸을 씻기 위해선 요령이 필요하다. 그런 중에 또 하나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나도 나의 Knee Kick이 이렇게 강력한 줄은 몰랐다. 허리 높이 정도에 붙어있던 샤워기 조절 레버가 뚝하고 부러졌다. 정확하게 타격을 받은 탓인지, 아님 그 정도로 약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쏟아지는 물을 우선적으로 잠가야 했다. 어찌어찌하여 일단은 물은 잠겄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턴 샤워가 불가능해졌다는 현실에 난감할 뿐이었다. 다행스럽게 현지 지인의 입심 덕분인지 격리시설 내 다른 방으로 옮겼다. “와우~” 옮긴 방의 샤워부스는 충분히 넓다. 복불복인 셈이다. 만일 지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였다면, 어쩌면 그로 인한 불편함을 마지막까지 감내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코로나 격리 중이니까...”

코로나라는 환경이 공간에 갇힌 사람으로 하여금 사건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심하게 생각하게 하는가 보다.


필수사항인 와이파이를 통한 인터넷 연결이 자주 나를 자극한다.

이 곳에서 평소 사용하던 방식대로 인터넷 사용을 하려고, 월 사용료를 내고 (통신 기능이 없는) 아이패드에 VPN을 설치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와이파이 연결이 자주 끊어진다. 다시 또는 다른 곳으로 연결을 바꿔보느라, VPN앱을 들락거리며 연결되기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다려야 한다. 특히 연결이 잘 안 되는 저녁 시간대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비전문가라 그 이유를 모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연결된 상당한 시간 동안에는 유튜브나 네이버, 카톡 등 평상시 활동을 할 수 있음에 다행스러울 뿐이다.

로밍을 해온 핸드폰에는 중국 통신회사의 LTE가 연결되어있다. 한국을 출발하며 가입해온 ‘baro 4G’ 서비스에 가입되어서 이다. 그런데 핸드폰에서는 평소 늘 하던 방식으로 와이파이를 함께 켜 두면 자꾸만 VPN이 꺼진다. 아마도 충돌이 발생해서 그런가 보다로 생각된다. 몇 번을 되풀이 시도해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일단은 와이파이를 꺼두기로 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는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을 듯한 동영상이나, 화상통화는 아예 포기한다.

인터넷이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러한 불편함도 감내하기 힘들어져 버린 모양이다.


잠시 인터넷을 떠나 메모장에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을 쓰는 중에 현지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안부와 함께 바깥 소식을 전한다.

나는 며칠만 지나 14일간의 격리생활을 마무리할 즈음에 마지막 코로나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나와, 격리된 이 곳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전하는 소식은 하루, 이틀 정도 격리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코로나 급증세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단다.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모든 삶의 공간이 ‘코로나 19’로부터 하루빨리 자유로운 곳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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