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콜센터로 출근합니다.

콜센터 10년 차 만년 대리 이야기

by 음미숙

벌써 월요일이다.
직장인들의 주말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일요일 저녁부터 멍 때리다가 정신 차리면 월요일 아침, 사무실 내 책상 앞이다.
나는 10년째 콜센터로 출근하고 있다.










콜센터 근무 시 고객들의 욕이 제일 듣기 힘들다고 하면

'고객한테 욕먹는 게 힘들면 그만두지, 왜 계속 다니는 거야?'

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일반 회사원들과 비교하자면 부장님이 욕한다고 해서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생계와 가족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또 콜센터 직원들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다른 회사에 입사하면 경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콜센터를 그만두고 다른 콜센터에 입사한다고 해도 상담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말하는 스킬은 비슷하겠지만 대부분의 콜센터가 이전 콜센터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내가 신입 팀에 있을 때 다른 콜센터에서 근무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콜센터에서 관리자까지 진급을 했지만 우리 회사에 와서는 다시 상담사로 시작했다.









내 주변 회사 지인들도 항상 하는 걱정이다.

여기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AI의 등장으로 매년 많은 상담사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나 또한 본사에 몇 명 없는 권한자이지만 언제 내 자리가 사라질지 걱정된다.
고객의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AI 상담과 차별화된 상담 능력을 기르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다.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10년째 콜센터로 출근하고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많지도 않은 내 나이에 더 놀란다. 이렇게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어서이다. 나는 매년 건강검진에서 하는 스트레스 검사를 한다. 결과는 스트레스 제로.



콜센터 입사 후 바로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진 못 했지만 늦게나마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콜센터 직원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주부 등등 모두에게 필요하다.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누구는 활자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책 냄새 가득한 책방이 좋고 하루라도 책을 안 보면 많이 허전하다. 책을 읽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내가 몰랐던 지식들이 쌓이는 즐거움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내가 무언가를 배웠구나 하는 그 뿌듯함이 참 좋다.








실은 이 글을 쓰기 전에는 책 읽는 것만 좋았는데 글을 정리하고 보니 배움의 기쁨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는걸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극히 드물겠지만 뜨개질이나 공예품을 만들어 완성하는 기쁨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캠핑이나 낚시도 좋다.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마음 가는 거 모두 다 해보는 게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일 같다.









그래도 가끔 퇴사하고 싶을 만큼 회사가 싫을 때가 있다.

'거기만 한 회사가 없었다.'

콜센터를 퇴사한 사람들과 가끔 연락하면 가끔 듣는 소리다.
퇴사 후 다른 회사를 다녀보니 여기만큼 복지가 좋은 곳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나도 20대 초반에 이직을 자주 했었는데 그때 그 회사들 복지에 비하면 또 여기가 좋다.
그걸 위안 삼아 또 내 품의 사직서는 고이 봉인시켜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