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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숙 Jan 06. 2022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은 기분

콜센터 근무 10년 차가 하고 싶은 말

어느 때처럼 퇴근하고 집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평소에 잘 울리지 않던 휴대폰이 요란스럽다. 회사 동료 A였다. 사내 메신저로만 대화했던 분이라 전화가 와서 놀랬다. 간단한 안부 인사와 함께 아직 퇴근을 못했다는 동료 A의 이야기를 듣고 놀랬다. 시계의 작은 바늘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콜센터에 근무한다. 동료 A는 불만 고객의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서 아직 회사에 있다고 했다. 고객이 요구하는 업무는 동료 A에게 없는 권한이었다.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가 해서 전화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특수 부서에서 근무하는 나에게도 없는 권한이었다.
업무와 관련 없는 나에게 전화할 정도니 동료 A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일단 전화를 끊고 나와 같이 일했던 권한 있는 동료 C에게 연락을 했다.







동료 C는 간단한 인사와 전화 건 목적을 말하기도 전에 업무시간이 아니니 전화를 끊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내일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니 C는 휴무라는 말과 함께 말을 얼버무렸다.
소심한 나는 괜히 민망해서 미안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옛날 생각이 났다. 동료 C가 신입이었던 시절 내가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업무를 도와줬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가슴이 뻐근해졌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했던 행동이 부족했던 것일까?









물론 C는 퇴근하고 회사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을 수도 있다. 나도 퇴근하면 회사는 생각하지 않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업무시간 외에 업무 이야기를 한 내가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업무시간 외에도 통화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친하다고 생각해서 C에게 전화했었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밤늦게 전화한 내 행동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친한 친구와 밤늦게 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C는 아니었다.








회사에서는 학교와는 다르게 정말 친한 친구를 만나기가 힘들다. 물론 회사에 친구 만나러 놀러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친구가 필요하지는 않다. 단, 업무를 서로 공유하고 도와줄 수 있는 내 편과 함께 일한다는 건 정말 든든하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출근하던 시절도 있었다.


실은 회사에 10년째 다니면서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 D가 나와 같이 관리자 면접을 준비하던 때었다. 경쟁심에 D는 어느새 적이 되어 새침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을 잘 믿고 잘 따르는 난 항상 가슴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래도 지금은 새로운 부서에 와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일하고 있다.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인 일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젠 믿었던 사람의 외면으로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세상 사람들 모두 내 맘 같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나를 밀어낸다고 해서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 미워하는 감정마저도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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