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실 산책

by 새순

잠들지 못한 새벽이면

자다 깨 칭얼거리는 고양이를 따라

거실 산책을 한다.


어둡고 조용한 거실에서 고양이가 하는 일은

집 구석구석을 순찰하는 것.

지나 온 모든 길목 마주치는 물건에 뺨을 부비며

자신의 영역이라 증거를 남기는 것.

고양이를 따라 나온 내가 하는 일은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볼 때

손을 내밀어 내게도 그의 냄새를 남기는 것.


고양이는 매번 거실을 다섯 바퀴 정도 돈다.

나는 가끔 그의 부름에 응할 뿐이지만

고양이에겐 아주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일 것이다.


바쁘게,

그리고 아주 신중하게 움직이는

고양이를 따라다니며

오늘도 생각한다.


어쩌다 나는,

나 하나도 제대로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서

너를 책임지기로 마음먹었을까.

어쩌다

네가 바라보는 세상 전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그것은 나에겐 위로이자 다행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세상 안에 사는 너에겐

어떤 일인지를 아직도 몰라서


이 밤에도 군말없이

고양이 등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새벽 산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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