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할 때, 오늘은 할 얘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것은 매번 주어지는 가장 큰 숙제이다. 내 글을 들고 가서 읽어야 할 날짜는 다가오는데 여러모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퍽 곤란하다. 본디 수용이 빠른 사람이라 그런지, 세상 사는 데 큰 의문이 없어서인지 ‘아하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 두 문장으로 지나가는 일들이 삶의 대부분이라 그렇다는 핑계를 대 본다.
이번에는 ‘아침’을 주제로 받아왔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 아침이라는 주제가 참 어렵다. 아침, 아침 하며 떠올려봐도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기어이 모임의 하루 전까지 와 버렸다.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다.
아침, 새로운 시작, 세상이 깨어나는 희망의 시간, 어제를 과거로 두고 힘차게 나아가는 오늘의 열림. 아침하면 떠오르는 풍경을 붙잡고 떠올려도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차는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시간을 다시 거슬러 가 본다. 보통의 하루를 쪼개어 본다. 나에게 이번 주제가 어려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내게 ‘아침’이라는 시간에 의미를 두고 살아온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지금 깨닫는다.
나에게 아침은 알람 소리에 깨어 ”둥근해 미친거 또떴네“를 읊조리며 쉽게 떠지지 않는 눈을 달래고, 양치질로 시작하여 양말을 신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짧은 시간이다. 머리를 말릴 때 오늘의 해야할 일에 대해서 잠깐 생각하지만 출근시간의 압박에 쫓겨 이내 그만두게 된다. 분 단위로 시간을 확인하고 자동차의 열쇠를 챙겨 집을 나선다. 도로 위에서 빨간불에 섰다 가다를 반복하여 대략 15분 쯤, 운이 좋지 않은 날에는 20분 쯤 걸리는 짧은 출근길을 마지막으로 혼자의 아침은 사라진다. 그 모든 과정은 대략 한 시간 남짓이다. 만끽할 새 없이 지나가는 아침의 기분은 대체로 전날 밤에 얼마나 깊이, 얼마나 잘 잤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의 아침은 더 단순하다. 남들에겐 분명 아침이라는 시간이 존재하겠지만 나는 그 시간을 의식하지 못한 채 침대 위에서 지나친다. 새벽 공기, 모닝 커피, 아침식사같은 것을 반납하는 대신, 길고 안락한 쉼을 얻는다. 오후가 되어서야 커튼을 걷는 주인을 둔 식물들에겐 가끔 미안해지기도 한다.
보통날의 아침들은 어떤 의지나 결심으로 시작되기 보다는 지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전날 밤 얼마나 늦게까지 버티다 잠들었는지, 무슨 생각과 걱정에 뒤척였는지, 새벽에 고양이가 몇 번이나 나를 깨웠는지 같은 것들이 흔적이 되어 아침에 남는다.
아침이라는 시간에 거창하고 멋진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아침이 힘든 날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게으르거나 하릴없는 인간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 날을, 그 일주일을 충실히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밤을 버티고, 오늘을 살고, 다시 일어나는 일. 그 반복 속에서 아침은 나를 다그치는 시작이 아니라, 내가 이미 지나온 시간이 어땠는지에 대한 증명이란 의미를 두자.
그러니 내일 아침에도 나는 오늘의 밤을 떠올릴 것이다. 떠지지 않는 눈꺼풀에 힘을 잔뜩 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