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 트위터 경쟁은 네트워크 효과에 달렸다.
0에서 시작하는 네트워크
스레드는 출시하자마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한달 만에 그 열기가 시들해졌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면 팔로워를 모으는데 유리하다. 나는 스레드 출시 3일 만에 가입했다. 서둘러 글을 몇 개 올려봤다. 좋아요는 생기지 않았다. 내 글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 듯하다. 인스타그램은 '좋아요'가 많든 적든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스레드는 인플루언서들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간 스레드 앱을 열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레드와 트위터의 경쟁은 흥미진진하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파랑새 로고를 버리고 X로 대체했다. 트위터라는 브랜드를 파괴했다. 파랑새 로고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비둘기가 떠오르기 때문에 기능을 암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식별할 수 있어 인지도가 높고, 대개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상한다. 파랑새 로고를 버린 것은 브랜드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 트위터의 소유주는 머스크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즉흥적으로 바꾸는 것도 그의 자유이다. 그러나 잘 구축된 브랜드를 버리는 것은 손실이다.
스레드가 단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인스타그램과의 연동 덕분이다. 그러나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는 목적이 다르다. 스레드를 깔도록 만들었지만 그들을 활성사용자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앱은 활성사용자가 있어야 돈이 벌린다. 인스타그램은 그 가치가 100조 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의 기업가치가 4~50조 원인걸 감안하면 디지털 상품인 앱의 파워가 실감난다. 이 앱의 진정한 가치는 네트워크 효과이다. 스레드와 트위터의 경쟁도 누가 네트워크 효과를 이루고, 유지하는가에 승패가 달려있다.
돈 버는 제품은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네트워크 효과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 수의 증가에 따라 가치도 증가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이로 인해 더 많은 이점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인터넷 플랫폼과 상호작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예는 다음과 같다.
1.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네이버를 말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더 많은 사용자가 존재할수록 사용자들은 더 많은 친구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게 된다. 더 많은 사용자가 있을수록 광고주들도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2.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쿠팡, 11번가, 아마존, 우버를 말한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여 거래가 이뤄진다. 더 많은 판매자와 더 많은 구매자가 있다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게 만든다.
3. 메신저(채팅) 앱: 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를 말한다. 메신저 앱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연락할수록 그 앱을 사용하는 가치가 높아진다. 가족, 친구, 동료, 거래처가 모두 사용하는 하나의 앱 안에 있다면 사용자는 더 편하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기 위한 전략
네트워크 효과는 초기 구축이 어렵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성장해 나가면서 사용자 수를 늘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들이 상호작용하고 가치를 누리려면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하다.
1. 인센티브: 처음에는 네트워크 효과를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사용자들을 빠르게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보상, 할인,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페이팔은 초기에 기존 가입자가 다른 사용자를 추천하게 만들었다. 추천받은 사람이 가입하면 추천 한 사람에게는 10달러(1만 원)를 주었다. 우버는 운전기사들이 앱을 깔도록 유도하기 위해 300달러(30만 원)씩 주었다.
2. 우수한 사용자 경험: 제품이나 서비스가 편리하고 쉽게 사용될수록 사용자들이 더 많이 유입되고 사용율이 올라간다. 편리한 UI/UX 디자인과 사용자 중심의 기능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 뛰어난 기능은 필수이지만 소프트웨어는 경쟁자가 쉽게 기능을 모방할 수 있다. 경쟁자와 차별화 되려면 기능적 우수함을 넘어, 디자인과 서비스에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
3. 묶음 상품: 기존에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는 상품에 통합하여 판매하는 방법이다. 상호작용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 상향 판매, 교차 판매, 번들링 기법에 일종이다.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과자에 덜 팔리는 과자를 섞어서 한 묶음으로 파는 것도 이 원리이다.
인스타그램이 스레드를 다운로드하도록 한 방법이 묶음 상품 판매이다. 이미 20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 스레드 가입을 단순화한 덕분에 사용자를 급격히 늘릴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에 9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탑재하여 당시 브라우저의 선두주자였던 넷스케이프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0에서 시작하는 네트워크
매우 획기적인 앱을 시장 초기에 만들었다면 저절로 팔린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톡 등이 그러했다. 이런 상품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혼자서 이탈하기 어렵다.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했다면 경쟁자에 대한 강한 방어력을 갖는다. 반대로 시장을 진출하려는 경쟁자에게 네트워크 효과는 높은 진입장벽이 된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승자독식이 일어난다.
앱스토어에는 700만 개의 앱이 있다. 그중에서 수익을 내는 앱은 0.2%이다. 스마트폰 경제 속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보통 3~4개의 앱만 주기적으로 사용한다. 그 3~4개의 앱에 들으면 대박이고 그렇지 못하면 쪽박이다. 99.8%는 쪽박이다.
0에서 시작하여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은 원자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마케팅 예산이 많든 적든 마찬가지이다. 가능한 작은 지역이나 특정 커뮤니티를 공략해야 한다. 하나의 앱을 100명이 다운로드하였다면 그중 80명은 한번 사용하고 다시는 그 앱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면 그 앱을 다시 사용할 확률이 높다. 처음에는 작고 밀도 높은 원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로 페이스북은 초기에 하버드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었다. 하버드 학생들 사이에서 원자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에 인접 대학으로 서비스를 넓히고, 미국으로 넓히고, 세계로 넓혔다.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아주 작게 한 곳에서 한 명을 대상으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스레드가 트위터의 사용자를 뺏어 올 수 있을까? 트위터가 로고 변경으로 스레드를 방어하고 네트워크를 재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네트워크 효과 구축 대결은 현실 세계에서 인맥을 만드는데에도 배울 점이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온라인 상품과 서비스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나타나지만, 현실세계에서 인맥 확장은 더 천천히 일어난다는 차이만 있다. 사업을 시작하고 거래처를 뚫어야 한다면 원자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