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언더독으로 생각한다. 자신에게 기회만 주어지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회를 보고 과감히 기회를 추구하는 행위가 창업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창업은 성공률이 낮다. 막대한 돈, 시간, 노력의 자원을 투입하지만 본전도 못 건지고 빚까지 졌다는 창업 이야기는 흔하다.
그렇다면 누가 전형적인 창업가일까? 이 질문은 중요하다. 누가 전형적인 창업가인지 안다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전형적인 창업가의 자질을 배워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사진은 왼쪽부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이다. 창업가들의 흔한 롤 모델인 이 세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세 사람 모두 20대 초반에 창업했다.
둘째, 세 사람 모두 대학을 중퇴했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에 입학한 후 창업 한 뒤 대학을 중퇴했다. 스티브 잡스도 리드 대학을 중퇴했다.
셋째, 고독한 천재들이다. 이들은 집 차고나 대학 기숙사에서 개발에 몰두하여 창업하였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창업가이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정확할까? 창업가에 대해 정확한 견해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이 세 세람은 평균적인 창업가의 모습이 아니다. 이 사람들을 롤 모델로 20대 초반에 대학을 중퇴하고 고독하게 창업을 한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또는 50대에 창업을 한다고 해서 성공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창업가들에 대한 잘못된 믿음 세 가지를 살펴보자.
미신 1. 창업자의 실제 나이
그림은 Pierre와 Xue Li가 연구한 창업가의 나이 분석이다. 가장 왼쪽 그림은 창업을 한 후 기업공개(IPO)또는 기업 매각을 기준으로 성공률을 분석한 것이다. 그림의 가로축은 20대에서 70대까지의 연령대를 나타낸다. 세 개의 그래프는 나이 든 창업가들의 성공률이 높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나이 들어서 창업할수록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성공한 창업가의 창업 당시 나이는 평균 42살이었다.
나이는 창업가가 되는 것의 핵심 요인이 아니다. 오히려 40대는 창업을 위한 황금기이다. 적절한 기술과 경험, 자질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위 그림은 우리나라에서 2023년 5~7월 세 달간 창업한 사람들의 연령 통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업은 40대의 중장년층이 다수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신 2. 대학 중퇴
위 그림은 실리콘 밸리 최대의 사기극을 벌인 엘리자베스 홈스이다. 홈스는 스탠퍼드에 입학한 후 중퇴하고 창업하였다. 홈스는 큰 야심을 갖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스탠퍼드 대학교를 입학하기도 전에 생명의학 연구실을 들락거렸다. 의료 진단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어렸을 때부터 확신에 차 있었다고 한다. 2003년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중퇴하고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나중에 '테라노스'가 되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을 영입하고, 600만 달러의 벤처 투자금도 유치했다. 사업계획은 단순했다. 피 한 방울로 모든 질병을 찾아낸 다는 것이었다.
홈스는 스티브 잡스를 자신의 영웅으로 여겼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직원들에게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NO라는 대답을 거부함으로써 혁신을 일으켰다. 홈스는 자신의 사업을 건강관리의 애플이라고 했고 검은 터틀넥을 즐겨 입으며 스티브 잡스를 우상이라고 말하기를 즐겼다. 나중에는 전직 장관, 군 장성 등 저명인사들을 이사회에 끌어들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가장 혁신적인 창업가의 사례로 홈스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저명인사들의 보증이 계속 쏟아지며 기업가치는 90억 달러에 이르렀다. 홈스는 30살 때 이미 억만장자가 되고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회사는 그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기술 혁신이 없었다. 정확하게 작동할 수 없는 제품을 계속 숨기고, 지멘스의 제품으로 검사를 하여 서비스하였다. 검증이 들어오면 이사회에 있는 유력 인사들을 이용하여 검증을 무마시켰다. 2018년 증권거래위원회는 다년간에 걸친 '정교한 사기'혐의로 홈스를 고발했다. 2022 홈스는 1심에서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홈스는 남다른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그녀가 대학을 중퇴하는 것은 확고한 자신감과 비전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많은 투자를 받았지만 그녀는 실제로 혁신을 일으키진 못했다. 대다수의 창업가는 충분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고, 기술을 익힌 후에 창업하여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미신 3. 고독한 천재
마지막으로 창업가는 모든 것을 혼자 다 헤처 나가는 고독한 천재일까? 역사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그의 저서 <이노베이터>에서 기술기업들의 역사를 추적하며 혁신은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큰 성공을 거두는 혁신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았다. 방에 처박혀서 골몰할 때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그렇게 보이더라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극받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참조하고 발전시켰다. 뉴턴은 자신의 성과를 이렇게 말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는 거인보다 더 멀리 본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적절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천재 한 명이 홀로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이며 영웅시되는 창업가들도 적절한 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빌 게이츠는 폴 앨런과 마이크로 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공동 창업하였다. 스티브 잡스는 전자공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제품을 개발한 것의 그의 동료인 스티브 워즈니악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나중에 마케팅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며 많은 혁신을 일으켰으나 혼자가 아니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애드와도 새버린과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 하고 현재까지 CEO로 일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창업은 충분한 학습과 경험을 쌓은 후 40대에 적절한 팀을 이루어 협업할 때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젊을 때 대학을 중퇴하는 것은 전형적인 창업자의 형태가 아니다. 창업과 관련된 또 한 가지 미신은 높은 자신감이다. 창업은 실패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신감이 높은 창업자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투자를 받기 쉽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높은 자신감은 창업 시작 비율은 높이지만 성공률을 높이지는 못한다고 한다.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넷플릭스, 나이키, 버거킹과 같은 성공 기업의 책을 찾아 읽었다. 그들의 창업 역사를 보며 교훈을 얻으려고 애썼다. 창업가들의 기질은 다 다르다. 스티브 잡스처럼 오만하고 독선적인 창업가가 있는가 하면 마크 저커버그는 내향적이고 비사교적 창업가도 있다. (창업한 지 18년 된 마크 저커버그는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가들의 공통점을 한 가지 꼽자면 그들은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창창업자는 실패의 위험을 무릎 쓰고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 기회를 포착하였다면 나이, 성별, 학력에 상관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성공으로 가는 경로는 다양하다. 시행착오를 빠르게 겪고 배울 의지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