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인 아베크롬비 Abercrombie&Fitch는 중국에 있는 의류 공장에서 외주로 스포츠 코트를 생산했다. 중국 공장은 코트 한 벌에 9달러를 받고 아베크롬비에 납품했다. 아베크롬비의 판매 가격은 500달러였다. 이 공장은 동일한 코트를 단추 위치만 바꾸고 아베크롬비 로고 없이 온라인에서 90달러에 직접 판매했다. 저렴한 판매로 이 회사는 엄청난 이윤을 냈다. 중국 전역의 공장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매장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쇼핑객에게 직접 다가가고 있다. 짝퉁이라는 문제가 있는데도 중국산 코트는 불티나게 팔렸다. 브랜드의 이름에 기대서 실제 제조 비용보다 수십 배나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은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모든 것이 점점 더 자동화되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격차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브랜드는 무엇이 달라야 할까?
브랜드의 힘
브랜드는 이름, 로고와 심볼, 패키지, 폰트, 컬러로 구성되어 있다. 변호사에게 브랜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브랜드는 상표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름과 심볼을 등록하여 경쟁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소유권을 얻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사업주에게 브랜드는 훨씬 큰 개념이다. 로고를 멋지게 만들었다고 해서 좋은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 브랜드는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회사에 이익을 주어야 한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살 때 무슨 기준으로 사야 할까? 기초 생활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계속 사용될 것이다. 아이폰은 두뇌 역할을 하는 AP 칩(반도체)과 다른 기능을 처리하는 12개의 칩으로 구성되어 있다. 칩은 스마트폰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칩에 대해 모른다. 대부분은 칩 성능을 비교하기보다는 아이폰이나 갤럭시 중에 선택한다. 가성비가 좋은 중국산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의 구매 결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브랜드이다.
제품이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어렵고, 고가일수록 고객은 선택이 어렵다.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위험을 줄이고 고객이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브랜드이다. 사과 로고나 GALAXY 로고는 고객에게 믿고 사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고객은 로고 디자인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혜택을 믿고 사는 것이다.
사례로 보는 브랜딩 전략 3가지
1 제품이 아니라 고객 경험이 문제다.
<파운더>는 맥도널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레이 크록은 가맹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찾아가 ‘우리 햄버거는 피클이 2개 야!’라고 외치며 햄버거를 바닥에 집어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전 세계 어느 매장에 가든 빅맥에는 항상 2개의 피클이 들어갑니다. 프랜차이즈는 통일성이 핵심이다.
고객은 맥도널드에 갈 때 일정한 기대를 품습니다. 어디에 가든 동일한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해야 한다. 레이 크록은 고객에게 언제나 ‘빠르고, 청결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최고의 이익은 바로 고객의 얼굴에 떠오르는 만족의 미소이다.’ 레이 크록은 다혈질의 사업가이지만 가맹점을 돌며 직접 매장을 청소하고 고객이 좋아할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어떤 비즈니스적인 관계나 대차대조표의 실적을 올리는 것보다도 고객의 경험을 신성시하였다. 오늘날 맥도널드는 전 세계 118개국에 4만 개의 매장이 있고, 매일 1퍼센트의 인구가 맥도널드에서 식사한다.
맥도널드가 햄버거를 만들 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고객이 구매할 때는 비용이 발생한다. 고객 가치는 간편하게 주문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음식을 즐기는 전반적인 고객 경험이다.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 일관성, 일관성, 일관성
2023년 7월 트위터는 파랑새를 떼고 알파벳 X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인수로 개인소유의 회사가 된 후 생긴 변화이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파괴로 기업가치가 적어도 5조 원에서 많게는 25조 원 정도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스티브 서시는 ‘트위터가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큰 가치를 확보하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새가 지저귀다’라는 뜻이며 파랑새는 희망을 전달하는 상징으로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름과 로고가 X로 바뀐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핵심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브랜드는 고객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보고, 듣고, 공유하며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다. 고객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차별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연구에 따르면, 챗GPT는 이미 마케팅 전문가보다 정보처리와 문제 해결 능력이 40퍼센트까지 우월하다고 평가된다. 3~5년 후에는 챗GPT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 인공지능은 슬로건을 만들고, 로고를 디자인하고, 발표 자료 슬라이드를 생성한다. 알고리듬은 표적 고객을 찾아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연관성을 느낀다. 고객은 인간과 접촉한 것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으로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콘텐츠가 지나치게 따라다니는 것이다. 검색엔진에서 한번 검색하면 연관된 광고가 계속 따라다니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 콘텐츠들은 정확히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성향을 파악하고 최적화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위험한 일이다. 생성형 AI는 과거의 빅데이터를 학습해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정보만을 추려서 제공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그러나 맞춤형 콘텐츠는 지금 인기 있는 것이 무엇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챗GPT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아이디어의 다양성이 40퍼센트까지 떨어진다. 브랜딩을 AI에만 의존하면 다양성을 잃고 모든 콘텐츠가 경쟁자와 동일해질 수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 좋은 브랜드는 고객에게 경쟁자와 다르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모든 브랜드가 같은 말을 한다고 느끼면 고객은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한다고 정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업주는 남과 다른 말을 할 수 있고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AI를 이용하되, 인간의 창의성을 개입시켜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경제의 디지털화 덕분에 누구나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하여 사업을 할 기회가 생겼다. 디지털 플랫폼들은 0원에 가까운 비용으로 표적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차별화는 쉽지 않다. 장기적 관점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제품 또는 서비스보다 고객 경험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브랜드가 약속한 것을 전달하여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생산성을 높이되, 나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라는 흐름 속에서도 고객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브랜드는 성장과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