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셜 미디어 사용량은 세계 평균의 2배라고 한다. 소셜 미디어는 페이스북, 라인, 인스타그램, 유튜브, 링크드인, 블로그 등을 포함한다. 젊을수록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고, 장년층에서는 네이버 밴드와 페이스북의 사용율이 높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카카오톡이다. 오픈 채팅방에 참여하고 수시로 확인한다. 채팅 방에 있는 사람 중에는 하루 종일 직장과 가정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는 고민이 있을 때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물어볼 수 있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이제는 디지털에서 사회적 욕구가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하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이나 조직이 브랜딩을 하는데도 필수적인 수단이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사용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콘텐츠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전문직업이 되었다. 소셜미디어가 우울증을 일으키고 집중력을 방해한다는 우려도 크다. 가짜 뉴스와 개인정보 유출도 문제가 된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소셜미디어에도 양면성이 있다. 소셜 미디어의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딩에 사용하는 원칙을 살펴보자.
신뢰 형성과 취약성의 딜레마
직장 생활 중에 임신을 했다고 상상해 보자. 일반적으로 일과 결혼생활은 양립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 특히 여성에게 이 편견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임신한 경우 일에 덜 헌신하거나 여력이 없어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임신한 것을 업무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알리면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임신한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그것을 약점으로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문제다. 정보를 공개한 사람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민감정보를 공개하였는데 그것이 직장 동료에게 공유되는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고민을 털어놓고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신뢰가 형성된 것이다. 신뢰 있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사람들은 일부러 자신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기도 한다. 자신의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일을 자기 공개(self-disclosur)라고 하자. 자기 공개는 친밀감을 만들기도 하지만 약점을 보이며 취약성이 될 수 있다. 연인 사이에도 관계가 좋을 때는 약점을 말해도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관계가 나빠지면 똑같은 정보를 약점으로 이용하며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자기 공개를 하는 것이 유리할까? 아마도 브넨 브라운이라면 약점이 생기더라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낫다고 조언할 것이다. 브넨 브라운은 대인관계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책 <취약성의 힘>에서는 취약성이 되더라도 솔직하게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브랜딩을 할 때도 자기 공개가 효과적일까? 소셜미디어에서 내면의 이야기를 해도 될까? 업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공개를 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까?
역량 증명과 관계 만들기
2018년 로버트 깁슨 외 2명이 '조직행동과 인간의사결정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라는 논문을 통하여 업무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에 자기 공개에 대해 실험을 했다. 과거의 연구들이 자기 공개의 이익을 말했던 것과 달리, 이 연구는 자기 공개를 하는 것은 약점이 되어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기 전에 자신의 부족한 면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 일자리를 찾는 변호사와 교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상위 10퍼센트 이상 수준으로 평가받을 때는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경우 일자리를 구하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 그러나 하위 10퍼센트로 평가받는 경우에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전체 중 하위 50퍼센트 미만으로 평가된 변호사와 교사는 자신의 결점을 솔직히 드러낼 때 취업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자신의 능력을 널리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약점을 솔직히 인정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더욱 낮게 평가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갖고 확증편향을 갖는다. 똑같은 약점을 드러내더라도 능력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이 말하면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고, 기대가 낮은 사람이 약점을 드러내면 더욱 의심한다.
양면광고 vs 단면광고
자기 공개에 대한 딜레마는 광고에도 있다. 제품을 광고할 때 좋은 점만 말하는 것을 단면광고라고 한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말하는 것을 양면광고라고 한다. 광고에서 좋은 점만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약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햄버거 브랜드가 '칼로리가 낮아 살 안 찌는 햄버거'라고 광고한다면 사람들은 '아마 건강할지는 몰라도 맛은 별로일 거야'와 같은 방식으로 저항한다.
양면광고는 나쁜 점도 함께 이야기하여 신뢰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양면광고의 흔한 예는 '우리 제품은 비쌉니다. 그러나 품질은 좋습니다'이다. 좋은 품질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을 수용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광고는 대부분 단면광고이다. 광고는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짐작하고 있다. 광고주는 소비자가 광고를 곧이곧대로 않는다라고 전제를 한다. 따라서 짧은 광고 시간 동안 좋은 점만 말한다. 광고주도 대개 돈을 쓰면서 나쁜 점을 알리기는 원치 않는다.
양면광고를 할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진짜 약점을 말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그럴 것이다라고 짐작하고 있는 점만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렌트카 2위 업체였던 에이비스는 이렇게 광고했다. '우리는 업계 2위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합니다.' 미국은 에이비스와 허츠 2개의 렌터카 회사가 양분하고 있었다. 에이비스는 약점을 드러내며 진정성에 호소했다. 이 광고 덕분에 에이비스는 허츠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였다. 이후 2등 마케팅을 시도한 다른 회사들이 있지만 다 성공하지는 못했다. (예:-엘지의 2등 광고)
디지털 세상 브랜딩의 원칙
다시 자기 공개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에서는 상호의존적인 일을 할 때 약점을 밝히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 약점을 말한 사람의 지위가 더 높은 경우에도 관계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직장에서 약점을 밝히면 자신의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약점을 밝히는 것이 이익이 된다. 그러나 업무관계에 있는 사람이면 약점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능력을 널리 인정받았다면 약점을 밝히는 것이 인간적으로 보이며 호감을 살 수도 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은 더 큰 불신을 낳는다.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가 있다면 나쁜 정보에 더 주목할 할 이유는 없다. 커리어를 위해 퍼스널 브랜딩을 한다면 가능한 긍정적인 면을 보여라.
브랜드는 양파와 같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말 한 마디|로 브랜드가 구축되지 않는다. 브랜드는 석고와 같이 단단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자신의 좋은 점을 알리고 그것을 실제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원천으로 지탄받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는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며 디지털 환경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먼저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