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브랜딩
자극적인 기사를 보았다. <'갤럭시 쓰는 남자 안 만난다' 여대생의 인터뷰에 남성들 댓글 폭주> 얼핏 보면 여자대 남자의 성대결 문제인 것 같다. 스마트폰 브랜드가 핵심 논쟁거리다. 한 사람이 쓰는 브랜드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일은 거의 항상 일어난다.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나은 감정을 갖기 위해 특정 브랜드에 집착하기도 한다. 브랜드의 영향력은 내가 사용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더 커진다. 예를 들면 신발, 자동차, 시계와 같은 것들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큰 역할을 한다. 왜 사람들은 브랜드에 집착할까?
심리학에는 자아 이미지(또는 자아개념)이라는 용어가 있다. 자아 이미지는 '자신에 대한 생각과 감정의 총합'을 말한다. 자아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 이미지와 같은 정보를 더 잘 기억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스스로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보수신문에서 본 것을 진보신문에서 본 것보다 더 잘 기억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자아 이미지와 일치된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들보다 더 선호한다. 예컨대 아이폰과 갤럭시 중 선택하라면, 자신의 이미지와 같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기업은 마케팅 노력(디자인, 광고, 유통, 가격)을 통하여 의도적으로 브랜드에 인격을 부여한다. 사람처럼 인격화된 브랜드는 사용자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표적 사용자의 자아 이미지와 비슷할수록 기업은 경쟁우위에 선다.
브랜드를 통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기사 속 여대생은 아이폰의 이미지와 자신의 이미지가 동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이란 브랜드를 나의 정체성과 강하게 일치시킨 것이다. 이런 경우 나와 같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세상을 양분하여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 아이폰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면 마치 자신이 공격받은 것처럼 화내고 방어할 것이다.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경기에 과몰입한 팬들이 상대를 혐오하고 싸움을 벌이는 것과 같은 일이 브랜드에서도 일어난다.
브랜드 정체성은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되어있다.
품성:- 품성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본질적인 것이다. 모든 정보가 담겨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DNA와 같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생명을 유지한다. 품성은 DNA와 같이 본질적이 만 자기 자신도 잘 알기 어렵다.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원초적 본능과 가깝다.
핵심 가치:- 핵심 가치는 본능보다 가치를 우선시하는 역량이다. 핵심 가치는 선택 가능하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려는 한 개인에게 핵심 가치는 건강, 돈, 믿음, 신뢰, 학습, 인내, 열린 마음 등이 될 수 있다. 핵심 가치는 세 개 이하여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핵심 가치는 미래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을 나타낸다. 핵심 가치는 브랜드의 의미와 목적을 전달한다.
애플의 핵심 가치는 혁신, 열정, 희망이다.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 심리학자들은 탱크와 총기를 다루는 기량을 하드 스킬(hard skill)이라고 하고 기계와 접촉이 없는 기량들을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라고 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금융도 소프트 스킬이다. 나중에 이 용어는 사용 중지를 권고받았다. 군인들은 '강인함'을 핵심 가치로 하는데 이런 용어는 군인을 나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하드 스킬은 주로 정량화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 회계, 디자인과 같은 것을 말한다. 소프트 스킬은 문제 해결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와 같이 추상적인 기량을 말한다.
소프트 스킬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상상하고 그것을 만들 팀을 구축한 것이고, 하드 스킬은 그것을 물질적인 것으로 만들어 낸 기량이다.
커뮤니케이션:- 정체성이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말하기, 듣기, 쓰기로 이루어진다. 시각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브랜드 로고, 디자인, 색상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요소들은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하며, 타인과의 인지적 연결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광고이다.
애플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라'는 광고로 사용자의 선호도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용자를 획득할 수 있었다.
책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아라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일관성, 일관성, 일관성
브랜딩은 첫째도 일관성이고, 둘째도 일관성이고, 셋째도 일관성이다. 품성에 대해 고민하고 적절한 두세 가지의 핵심 가치를 선택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스킬을 익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식시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바른 가치를 바탕으로 80점의 스킬을 갖추었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50점이나 40점으로 판단한다. 반대로 가치와 스킬이 50점 밖에 안되는데 120점처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장은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에게 어느 정도 관행이다. 현재 기술로는 안되지만 일단 거대한 혁신을 이루었다고 말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러나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처럼 거대한 혁신을 이룬 것처럼 선전하며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기자들을 끌고 다녔지만, 결국 사기로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현실왜곡의 장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하고 결국 현실로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1990년 대 말 애플의 CEO로 복귀하였을 때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어떤 거대한 비전도 제시하지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의 DNA를 회복시키고 핵심역량에 집중하며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브랜드 구축이라고 하면 커뮤니케이션 노력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한두 가지 정보로 무엇을 판단한다면 대개 틀리다. 갤럭시를 쓰면 무조건 거른다는 여대생처럼 확증편향에 빠진다. 이런 식으로 단순화하면 세상이 이해하기 쉬워지지만, 기회를 놓치게 된다. '책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영어 속담처럼 겉모습만으로는 좋은 책인지 알기 어렵다.
품성을 기초로 핵심 가치와 스킬을 갖추고 그것에 노력을 다한다는 걸 알면, 그 사람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때라도 그 사람을 신뢰하게 된다. 상대방을 싫어할 수는 있어도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상대방의 열정을 보고 우리는 그 사람의 진실함을 알아본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로고나 이름을 보고 무언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 뒤에서 스킬을 갈고닦으며 핵심 가치라는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좋은 책 표지가 독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책표지를 꾸며서 좋은 책이라는 신호를 주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양파의 껍질을 계속 까도 겉과 속이 일치하면 그 브랜드는 신뢰를 얻을 것이다.
AI시대 브랜드 전략에 대하여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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