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배우자와 사랑에 빠졌을까? 첫 데이트?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사랑에 빠진 정확한 날짜를 말하는 것은 어쩐지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감정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좋은 감정이 생기고 어떤 날은 나쁜 감정도 생긴다. 그렇다면 감정이 가장 좋은 날 사랑에 빠진 것일까? 아니면 감정을 평균내서 긍정적인 감정의 총합이 부정적인 감정의 총합보다 크면 사랑하는 것일까?
말과 감정은 잊힌다. 사랑을 더 잘 정의하는 것은 행동이다. 아침저녁으로 대화하고, 밥을 같이 먹고, 함께 산책하는 일을 계속 반복할 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엘리자베스 아르덴은 '반복은 평판을 만들고, 평판은 고객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로서 이 말에 동의한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브랜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브랜드 평판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나는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가 되어 3개의 브랜드를 알아보고 있다. 아이폰을 10년 넘게 쓰다가 갤럭시를 4년 정도 썼다. 이번에는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 샤오미는 가성비가 훌륭하면서 디자인도 뛰어나 급성장하는 브랜드이다. 무엇보다 최근에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의 전기를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나 문제는 브랜드 평판이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샤오미를 고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는 럭셔리한 이미지와 최고급 성능을 발휘한다는 이미지가 있는 반면, 샤오미는 여전히 저가 중국산이란 이미지가 있다. 사람들은 내가 쓰는 브랜드로 나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평가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선택이 조심스럽다.
브랜드 평판은 매출을 높인다.
긍정적인 평판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리뷰가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업주가 광고에 힘쓰고 있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거의 40퍼센트의 소비자는 광고를 믿지 않는다. 고객은 온라인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남긴 '진실된' 리뷰를 찾는다.
평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를 생각해 보자. 샤넬은 향수와 액세서리를 파는 럭셔리 브랜드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이며 최신 전자제품을 선도한다. 볼보는 가장 안전한 자동차를 만든다.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 이외에 제3의 공간을 창조한 프리미엄 카페이다. 이런 평판은 매출을 올리고 이익률을 높인다. 세계 경제 포럼 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회사의 시장가치(주가)는 4분의 1이 직접적으로 평판에 달려 있다. 그리고 87퍼센트의 경영진은 다른 어떤 리스크보다 평판이 훼손당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의 평판 관리
스타벅스는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 중 하나이다. 1971년, 스타벅스가 창업되기 전까지 미국에서 커피는 집에서 즐기는 싱거운 인스턴트 음료였다.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에 출장을 갔다가 커피숍에서 바리스타가 갓 볶은 원두로 직접 만들어준 커피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그런 커피숍이 1만 개가 있었다. 하워드 슐츠는 미국에서도 커피 문화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스타벅스를 창업했다. 스타벅스는 최고급의 원두를사용하고, 모든 바리스타를 교육하여 커피에 대한 지식을 익혀서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고, 매장을 고급지고 우아한 곳으로 설계했다.
나중에 스타벅스는간단한 식사거리가 될 음식 메뉴를 개발했지만 판매를 중단했다. 이유는 음식 냄새가 너무 강해서 고객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향기로운커피 향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경험을 우선시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며 프리미엄 가격에 커피를 판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제 스타벅스는 전 세계 3만 8천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며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일으킨 혁신은 모방이 쉽다.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최고급 원두를 사용하고, 바리스타를 교육하고, 매장을 고급스럽게 디자인하고 있다. 그러자 스타벅스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아프리카의 원두 재배 농장에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퇴역한 군인들을 우선 채용하면서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새로운 차별화 전략으로 스타벅스의 평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로고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마력을 가진 전설 속 존재이다. 사이렌 로고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도심 속 바쁜 사람들에게 사이렌 로고는 휴식을 취하거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스타벅스가 쌓아온 평판이 로고를 특별한 그림으로 만든다.
스타벅스 로고의 변천사
AI는 전기의 발명 이래 경제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기술이 될 것이다. 품질이나 서비스로 경쟁자와 차별화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AI로 모든 지식이 공유되고 기술 격차는 금방 따라 잡힌다. AI시대에 경쟁우위를 보호하려면 브랜드 평판을 구축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처럼 멋진 로고를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는 평판을 쌓을 수는 없다. 일관성 있는 행동을 반복하는 브랜드가 고객의 사랑을 얻을 것이다.
상하이에 있는 스타벅스 메뉴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차가 있다. 중국은 커피보다 차를 마시는 문화였다. 스타벅스는 차를 추가하여 현지화하였고,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와는 많은 점이 다르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브랜드 전략은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하다. 스타벅스는 '한 번에한 컵, 한 고객, 한 이웃에'에 마음을 쓴다. 지속적으로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반복적인 행동이 평판을 만들고, 브랜드가 되고,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