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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Nov 27. 2022

ADP시험, 3주 전사

내 소중한 집중력을 뺏어가는 스마트폰

 11월 26일 토요일. 데이터 분석 전문가(ADP) 실기 시험에 응시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에 끝났다. 4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서 씨름했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시험 문제들을 훑어봤다. 대부분 아는 것 같은 문제였다. 그러나 시험시작 1시간 후 3번 문제에서 막혔다. 컴퓨터로 코딩을 하고 결과가 나야 하는데 에러가 났다. 책과 똑같이 했는데 에러가 해결되지 않았다. 에러를 수정하기 위해 이것저것 바꾸다 보니 코드가 더 복잡해졌다. 마침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번 시험은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뒤에 문제들을 풀기로 했다. 뒷부분은 통계 문제들이었고 정답인지 검토해보지는 못했지만 다 풀었다. 결과가 어찌 되든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3번 문제로 돌아왔다. 코딩했던 것을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백지로 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3번과 4번은 소설을 썼다. 서술형 시험에 장점은 소설을 그럴듯하게 쓰면 10점 중 2~3점은 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법 과목 시험에서는 그랬다. 그렇게 4시간 동안 시험을 보고 나왔다. 컴퓨터로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다음 시험에는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험 정보를 얻기 위해 카카오톡의 단톡방에 들어갔었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시험 정보를 얻었다. 요즘은 단톡방 사용자도 많다. 실시간으로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도움되는 답변을 얻긴 어렵다.)데이터 분석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단톡방에는 수백 명에 사람들이 있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아이디들이 눈에 띄었다. '시험 2주 전사', '1주 전사'였다. 1~2주간 전투적으로 벼락치기 공부를 하겠다는 뜻인 걸로 보인다. 나도 아이디를 전사로 바꿨다. 올해 안에 그리고 한번에 이 시험을 합격해버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3주 전에 봤던 sql은 시험 전 일주일 동안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부했다. sql은 붙었다. 3주만 그렇게 더 하면 ADP도 붙을 수 있을 거 같아 도전했는데 집중력이 유지되지 않았다. 공부는 시간 X 집중력이다.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집중력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공부뿐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집중력을 유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이다. 공부를 하겠다고 자리에 앉아 책을 세줄도 못 읽고 스마트 폰으로 손이 간다. 딱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스마트폰을 잡고 화면을 열면 가장 앞에 있는 카톡을 누른다. 채팅방에 사람들이 무슨 말을 남겼는지 훑어본다. 날씨를 확인하고 주식도 보고 네이버 뉴스도 읽는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전에 경영지도사를 공부할 때는 스마트폰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예 꺼두었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가도 전원이 꺼져 있으면 켜지 않고 다시 내려놓았다. 이번에도 스마트폰을 몇 번씩 꺼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하루 6시간 정도에 시간만 쏟아부었다. 분업하는 개발자가 문의가 와서 주기적으로 답해야 했다. 그 외에 당장 처리해야 하는 문제는 없었다. 내가 스마트폰을 보는 건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서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치 뉴스를 보고, 단톡방에 사람들 이야기를 보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검색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이번에 준비하는 시험은 컴퓨터로 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애써 멀리해도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카톡에 연결되고 언제든지 크롬을 열어볼 수 있다. 디지털 제품들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전에 헬스장을 다닐 때도 운동하면서 잠깐 쉰다고 스마트폰을 켰다가 유튜브만 보고 오기 일쑤였다. 디지털 중독이다. 

 6살 조카가 가지고 노는 스마트폰을 뺏으면 난리가 난다. 대신 장난감을 준다. 약삭빠르게 다른 놀잇감으로 조카 녀석의 주의력을 돌려버린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중독은 의지만으로 멈출 수 없다. 중독을 끊으려면 대체해야 한다.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들은 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는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른 것을 찾아보아야 한다. 


 다음 토요일에는 빅데이터 분석기사 실기시험을 본다. 빅데이터 분석기사는 ADP와 시험 성격이 유사하다. 이번엔 붙어야 한다. 스마트폰에는 일주일 단위로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무슨 앱을 사용했는지 측정이 된다. 스마트폰 보는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는 게 내 삶을 더 유익하게 만든다. 나에 집중력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이는 실험에 돌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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