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보내며

by Saeyan

최근 일의 감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떤 식으로 일을 해왔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재미있게 일하는 것에 빠져있고, 즐겁게 일한 프로덕트가 성공하는 것을 늘 기대했다. 스타트업에서 1인분이란 최소 3인분의 가치를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팀과 함께 기획부터 리서치, 디자인, 개발까지 참여하며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추진했고, 팀원들은 내 의견에 많은 힘을 실어줬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애정하는 프로덕트와 밤을 새워도 즐거운 일,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만드는 것' 자체에 도취되는 것이다. 서비스의 가치, 수익 모델 등 본질을 간과하고 만들다 보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은 나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쌓아갈 무렵, 원하던 회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고 여러 차례 인터뷰를 보면서 '이 회사에 다니고 싶다'라는 간절함이 생겼다. 입사 전에는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다면, 입사 후에는 '제대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입사 후 온보딩을 진행하다 보니 나에 대한 부족함을 계속 마주했다. 이는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걱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체계적인 온보딩 문서를 접하면서, 이전 스타트업과는 전혀 다른 환경임을 실감했다. 입사한 지 하루 만에 겁에 질려버리고 만 것이다.

퇴근 후 흔들거리는 머리를 쥐어 잡고 겨우 버스에서 내려 어제 만들어둔 김치찌개를 데워먹었다. 정말 온몸에 힘이 빠져 몸을 겨우 씻고 노션 가이드를 펼쳤다. "이 많은 문서들을 다 외우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면 어떻게 하지" 등등.. 불안함이 가득해 잠이 오지 않자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갔는지 검색했고, 우연히 해당 회고글을 발견했다.


내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함께 일하는 동료다. 온보딩 과정에서 모든 팀원들이 '걱정되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라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는데도, 혼자 불안해하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좋은 동료를 두었음에도 혼자 불안함에 떨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감정이지 않을까.



솔직함과 무례함은 다르다

솔직한 모습을 지향하긴 하지만, 조금 더 말을 정제해서 잘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GPT에게 한 번 검토라도 받아볼까. 온보딩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팀원들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 체계적이고 차분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오늘 말을 조금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시무룩했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조금 더 인식해서 조심하기로 마음먹었다. 내일도 열심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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