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세계를 마주하다

by Saeyan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세계가 만나는 일”이라는 문장을 정말 좋아한다. 이 사람은 어떤 세계선을 지나가고 있을까? 업무 이야기를 떠나 그 사람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단함이 느껴진다. 나의 세계를 이어나가는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그게 디자인이든, 삶의 태도든. 그래서 대화가 참 좋다.


입사를 하고 나서 며칠 되지 않았지만, 디자이너로서 조심해야 할 것들이나 작은 회사와 큰 회사의 차이, 마인드, 가치와 문제정립 등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 가장 가장 기억나는 포인트는 회사 리드분과 대화를 하던 중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라는 주제였다. 그분의 디자인 세계를 들으며, 일주일 전 진행하던 내 커피챗의 태도를 떠올렸다.

2025.02.18 대전에서 포트폴리오 피드백 겸 면접에 관한 커피챗을 진행했었고,“혹시 이 서비스가 렉이 걸렸을 때는 어떤 반응이 나오나요? 저장방식이 궁금서요”라는 질문을 했다. 답변자는 “폰 자체에 저장되어 렉이 걸릴 상황은 없기에 작업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모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왜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서비스가 갑자기 다운되는 상황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라고 반문했다. 다양한 케이스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게 디자이너로써의 역할 아니던가? 이걸 왜 모르지? 하고.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게 처음이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난 1년 전만 해도 CRUD에 대해 알지 못했던 디자이너였다. 같이 있던 백엔드 개발자가 CRUD Flow를 화이트보드에 적고 있어 "그게 뭐예요?"라고 물어 알 수 있었고, 무언가를 만들 때는 이러한 걸 고려해야 하는구나를 배웠다. 나도 예전엔 몰랐던걸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이걸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정말 옳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렇게 생각한 것이 처음이었고, 이번 대화를 통해 빠르게 반성하고 고칠 수 있었다.


반면 내 디자인 세계가 작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우선 내 세계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조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작은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일하며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2. 1인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개발자와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3. 수시로 이루어지는 배포일정과 디자이너가 직접 깃헙으로 push 하는 시스템 덕분에 자유롭고 빠른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스쿼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고, 레거시가 생각보다 많아 보였다. 불편한 흐름이 쌓이면 이용자의 리텐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왜 이 부분을 미뤄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리드와 대화를 나누면서 레거시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왜 안 고치지?"라는 의문보다 "어떤 점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졌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해당 레거시와 연결된 지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멋진 디자이너들의 큰 세계를 알면 알 수록 그동안의 경험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느낌이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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