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데이트는 무척 즐거웠어요.
미처 나누지 못했던 궁금했던 부분이 대화로 많이 풀렸어요.
그가 그렇게 쫓기듯 결혼했던 건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과 사회적 시선 때문이었대요.
삼십 대 중후반에 결혼했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제가 이혼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면
다른 그 누구보다 저와 전남편 사이에 대해 빠르게 잘 이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똑똑한 사람이에요.
오랜만에 데이트하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고 건넸습니다.
아침을 잘 챙겨 먹지 않는데
그 사람이 오트밀을 먹는다는 걸 알고
저도 오늘 아침 마켓 컬리에서 주문해서 먹었어요.
간편하고 건강식에 든든해서 참 괜찮네요.
우유가 몸에 안 좋다고 해서 요즘 우유 끊으려고 노력 중이거든요.
아몬드 브리즈에 타서 전자레인지에 2분 데우기만 하면
숭덩한 죽처럼 되더라고요. 아침 번거로우신 분들께 저도 추천드립니다.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더라고요.
변덕 부리지 않고, 작은 것도 감사한 마음으로 만난다면
세상 끝날 때까지도 만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아이를 아직 놓을 수가 없네요.
판결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벌써 연애를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우리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1번이 되어도 좋고, 2번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도, 저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는 건 확실히 알겠으니까요.
다만 그의 연인이 되어달라는 말은
부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먼 느낌입니다.
사랑의 열정이 눈을 가리는 그런 일은
생에 더 없을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해요.
하지만 성숙한 관계를 맺는 측면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겠지요. 제가 철이 드는 만큼요.
우선은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해요.
하지만 확실히, 이혼이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채 다 회복하지 못한 제 모습이 요즘 들어 자주 보입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면
여전히 남자보다는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엄마.”
하는 소리를, 까르르 굴러가는 두 쌍둥이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봐
혹은 어느 순간 지칠 대로 지친 제가 스스로 양육권을 포기하기라도 할까 봐
무섭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제게 오지 않아
누군가 진지하게 만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어느 부분은 텅 비어 있겠지요. 진짜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는...
니체의 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지금의 삶을 사랑해야겠지만
그게 아직은 너무너무 어렵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