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펠프스 말고, 죠셉 펠프스!

Joseph Phleps

by 이주희

지난 데이트 때 우삼겹을 먹었어요.

콜키지 프리 식당이라 고민하다 죠셉 펠프스 까베르네 쇼비뇽 2016을 가져갔습니다. 평소 텍스트북을 좋아한다는 그 사람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았어요.

마치 프랑스 와인처럼 라벨이 클래식하죠?

미국은 신생 국가죠.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서 좋은 와인을 만들고,

결과가 좋으면 그만큼 가격을 높게 매겨요.

프랑스 와인이 ‘오랫동안 와인을 만들어온 자부심’이라면

미국은 그에 못지않은 맛을 내려고 무척 노력한답니다.

그리고 거기에 부합하여 훌륭한 맛을 내기로 유명한 와인은 그 가격이 프랑스 와인보다 높을 때도 많습니다.


미국도 굉장히 땅이 넓죠.

대체로 미국 와인 하면 캘리포니아 쪽에 있는 나파 밸리에서 생산을 많이 합니다.

저는 와인을 잘 모를 때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차로 가도 가도 끝없이 넓은 포도밭이 펼쳐져 있던 게 생각나요.


미국 와인의 특징은

‘유질감이 있다’입니다.

약간 기름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버터 같은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어 같은 샤도네이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건 피니시가 깔끔하고 오크 향이 많이 나며 묽어서 찰랑찰랑한데

미국 샤도는 좀 더 바닐라 향이 많이 나고

질감 자체가 리치합니다. 마치 기름처럼요.

‘미네랄리티’라고 부르는 짠맛도 별로 나지 않아

저는 오히려 샤도네이 같은 경우는 미국 나파밸리 걸 더 좋아해요.


레드같은 경우도 미국 카베르네 쇼비뇽은 진한 쵸콜렛같은 느낌이 날 때가 많아요. 칠레도 레드와인이 유명하지만 칠레 레드에는 특유의 흙 향(earthy)이 납니다. 개인 선호겠지만 저는 그래서 카베르네 쇼비뇽이나 멜롯 품종도 미국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지난 데이트 때 마신 죠셉 펠프스는 미국 고급 와인 중에 유명한 인시그니아(Insignia)의 엔트리급 와인이에요. 인시그니아는 죠셉 펠프스 생산 포도 중 가장 품질이 좋은 것을 골라 만드는 프레스티지 라인입니다.

라벨부터 고오급지죠?

지난 여름쯤 인시그니아 1999빈과 2015빈을 마셔보았습니다. 그런데 별다른 감흥을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그날 마신 죠셉 펠프스 2016빈이 훨씬 맛있었습니다. 아마 좋아하는 사람하고 좋은 장소에서 마셔서 그런 것 같아요.

오크 터치도 적당했고 베리향에 너무 묵직하지만도 않아서 저희 두 사람 다 무척 만족했답니다. 마지막에 약간 단맛이 남던데 그게 전 조금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고기랑 먹을 때는 끝 맛이 떫은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해서요.


무엇보다 같이 마신 분이 너무 맛있다고 해 주어 뿌듯하고 보람있었습니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말이 회자되곤 해요.

“사람이 최고의 마리아주다.”

마리아주는 와인에 맞춰 함께 페어링하는 음식을 말해요.

저도 이 말에 백프로 동의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자리에서 좋은 사람과 느긋한 와인 한 잔 할 생각 하면 벌써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살아있는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또 그렇게 어느 날 와인 한 잔 곁들이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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