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엔 칭따오? 양갈비엔...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by 이주희

며칠 전에 양갈비를 먹고 왔어요. 여러분은 양갈비 잘 드시나요? 특유의 양 냄새 때문에 못 드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양꼬치엔 칭따오 맥주가 공식처럼 되어있지요. 그렇다면 양꼬치보다 고급스러운 양갈비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요?


까베르네 쇼비뇽은 ‘와인’하면 떠오르는 루비색의 떫은맛이 나는 품종입니다. 밀도가 커 무겁지요. 보통 쉽게 구할 수 있는 칠레 ‘몬테스(Montes)’가 이 까베르네 쇼비뇽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이 날 미국 나파밸리의 ‘텍스트북(Textbook)’ 까베르네 쇼비뇽 2018 빈티지를 가져갔어요. 매장에서 주는 잔이 작은 편이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을 느끼는 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와인은 맛도 맛이지만 향을 맡는 게 큰 부분이라, 가능하면 크고 깊은 잔을 선호해요. 거기에 잔의 두께까지 적당히 얇으면 더 좋고요.

아무리 테이블이 좁지만 너무나 미니미니한 잔..
텍스트북 까베르네 쇼비뇽 2018 빈티지. 이마트24에서 몇 달 전에 행사가로 5만원 대 후반에 구입했어요.


양고기가 기름기가 많아서 텍스트북하고 매치가 잘 되었습니다. 여럿이 맛있게 한 병을 비웠어요. 텍스트북은 신대륙에서 그 이름처럼 ‘교과서대로’ 기본에 충실하게 와인을 만든다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오죽하면 라벨에 교과서를 그려 놓았을까요.

그 결과! 맛이 굉장히 뛰어나요. 교과서대로 공부한 학생이 성적이 뛰어난 그런 현상이랄까요? 까베르네 쇼비뇽이 알코올 향이 확 나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텍스트북은 13.6도임에도 알코올 향이 코에 독하게 끼치지 않습니다. 대신 바닐라향과 오크향이 잔잔히 퍼져요. 끝 맛도 깔끔합니다. 십만 원 정도의 다른 까베르네 쇼비뇽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맛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뒤로 갈수록 양갈비의 기름기가 더욱 느껴져서, 텍스트북 까베르네 쇼비뇽도 좋았지만 호주 쉬라즈를 곁들이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어요. ‘더 복서(the Boxer)’ 같은 몰리두커 쉬라즈는 도수가 무려 16도나 되거든요. 평소 소주를 잘 드시는 술이 센 남자분 같으면 양갈비에 이런 쉬라즈를 곁들여도 만족하실 것 같아요.


와인에 생산연도인 빈티지가 붙어있죠. 저는 그저께 마신 2018도 괜찮았지만 올 초에 마신 2016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지인 한 분도 2018보다는 2017이 훨씬 좋았다고 하네요.

병만큼 큰 잔~ 집향이 우수할 수밖에 없어요~

2016 빈을 마셨을 때는 밥을 먹고 온 터라 와인 맛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맛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까베르네 쇼비뇽은 10년 이상 두고 묵혀 먹어도 괜찮다고 해요. 그리고 매 해 포도 작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생산연도에 따라 미묘하게 맛이 다르기도 해요. 특히 포도 농사가 잘 된 해와 잘 안 된 해를 외우는 분도 계시던데, 아직 저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 2017년이 작황이 좋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아요. 제 아이들이 태어난 해라 기억이 납니다. 괜찮은 까베르네 쇼비뇽 2017 빈을 구해놓았다가 딸들이 성년이 되면 함께 따서 마시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태어난 해와 같은 연도의 와인을 ‘생빈’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생빈을 딱 한 번 우연히 마셔보았어요. 샴페인이었는데, 삼십몇 년 동안 탄산은 다 날아가고 오래된 오크향과 꿈꿈한 맛이 남았더라고요. 너무 시지도 않고 신기한 맛이었습니다. 그날 시작부터 생빈을 마시게 돼 기분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과음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살아온 기간만큼의 세월을 지내온 와인은 정말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