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Jadot Bourgogne
"내가 처음 와인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ooo 와인을 마셔보고 난 후였어."
와인을 즐겨 마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말은 처음 와인에 빠지게 한 첫사랑 와인이 있다는 점입니다.
어제 저보다 최소 12살 많은 두 남자분과 와인을 마셨어요. 와인을 마신 세월이 저보다 곱절은 되시는 만큼 와인에 대한 애정도 저보다 훨씬 크셔서,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술"이라고 지칭했다가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이라며 혼 아닌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두 분의 첫사랑 와인은 제가 이름을 들어도 잘 모르는 고가의 와인이었어요. 그리고 제 첫사랑 와인이 무엇이었는지 말할 차례가 돌아왔는데, 웃기게도 저는 루이 자도 피노누아가 생각났어요.
2019년 추석 때였을 거예요. 연휴 마지막 날에 강남의 한 콜키지 프리 고깃집에서 BYOB(Bring Your Own Bottle) 모임이 있었어요. 저는 그때 바로 길 건너 와인앤모어에서 가장 대중적인 몬테스 알파를 사 갔던 것 같아요.
같은 테이블의 한 남자분이 루이자도 부르고뉴를 갖고 오셨습니다.
그때 BYOB 금액이 3만 원 이상인가 그랬어요.
그러니까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쇼비뇽도, 부르고뉴 피노누아도 3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피노누아를 마시고 나서, 그 특유의 매력에 매료되었어요. 아마 2017 빈티지였던 것 같습니다. 알코올 향이 나지 않고 여리여리 묽으면서도 꽃향이 나는 그런 매력이요. 마치 꽃밭에 온 것 같은.
그전까지는 와인을 마시긴 해도 제 취향이란 게 딱히 없었어요.
루이자도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큰 네고시앙(Negociant)입니다.
부르고뉴는 떼루아의 색깔이 분명해서, 각 지역 및 밭 별로 맛이 달라요.
그리고 그 맛이 차별화되면 차별화될수록, 그 밭의 색깔이 분명하면 분명할수록 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 부르고뉴 지역 땅값도 어마어마하지요.
네고시앙은 밭을 소유하지는 않고 대신 포도를 여러 군데서 떼다가 와인을 만드는 메이커의 역할을 합니다.
루이자도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피노누아 중 가장 대중적이고 저렴한 와인이었던 셈이죠.
제 첫사랑 와인이 루이자도 피노 누아라고 말씀드렸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물어보셨습니다.
"진짜요? 뭐 꼬뜨드뉘(Cote-de-Nuit) 이런 거 아니고?"
루이자도는 기본급부터 밭 단위까지 모두 제조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가능합니다. 꼬뜨드뉘는 부르고뉴 안의 지역 이름이에요.
가장 저렴한 기본급 와인이라니, 믿기 어려우셨던 것도 있으셨을까요?
"네. 그거 먹고 부르고뉴 피노누아 좋아하게 돼서."
한동안 육류에 어울리는 쉬라즈와 까베르네 쇼비뇽을 좀 사놓았었습니다.
그 사람 취향에 맞춰서요.
그런데 제 취향은 어디 갔지요?
사실 전 항상 부르고뉴 피노누아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실 생각을 하다 보니 셀러에 정작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선 나를 아끼고 많이 사랑해주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르고뉴 피노누아 좀 사놓아야겠어요.
라 따슈(La Tache)라는 전설의 와인도 꼭 먹어보고 죽고 싶습니다.
제가 와인을 가져갈 때 같이 마실 사람들을 배려해서 거기 맞는 와인을 가져가듯,
언젠가 저도 그 누군가에게 이런 챙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왕이면 그렇게 챙겨주는 그 사람도
꽃 향이 입안 가득을 넘어서 와인을 열어 놓은 공간 전체로 퍼져나가는 황홀한 부르고뉴 피노누아의 맛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