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

by 이주희

(24년 10월에 쓴 글임을 밝힙니다)


요즘 꿈을 자주 꾼다. 그리고 이상하게 예전에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잠에서 깨어난 후에 잔상처럼 떠오른다.

오늘 아침에는 고3 올라갈 때 학원을 같이 다녔던 두 친구가 생각난다. 한 명은 큰 키에 남자처럼 커트를 하고 다녔는데, 엄마랑 사이가 좋아 엄마의 최애곡 '민물장어의 꿈'을 부른 사람을 마왕이라고 부르는 걸 아냐며 묻지도 않은 얘기를 조잘조잘해주었다. 오늘 이 두 친구가 생각난 이유도 머릿속에서 민물장어의 꿈이 재생되어서다.

다른 한 친구는 학교가 달랐는데 자그맣고 단발 생머리에 큰 눈이 예쁘장했다. 홑꺼풀에 부은 눈이었던 나는 그 아이의 생김새가 부러웠다.

우리 셋은 늦은 시간까지 학원 수업을 같이 들으며 중간에 끼인 저녁도 같이 먹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참 좋았던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학원에서 만날 때 외에는 그 두 친구와 따로 만난 적도, 소식을 궁금해한 적도 없었다. 내게 무해한, 아니 오히려 편안하고 선했고 때로 더 알고 싶기도 했던 두 사람에게 더 손을 뻗지 않았던걸 20년이 훌쩍 지나고서야 아쉬워하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살면서 늘 내편이 없다고 느꼈는데, 이렇게 보니 편을 굳이 만들지 않은 건 나였나 보다. 누군가의 인생에 들어가 귀찮아지는 대신 조용히 홀로 있기를 선택했다고 할까. 물론 그즈음 만나 고3을 껌딱지처럼 붙어 다닌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그다지 다른 친구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요즈음이 딱 저 때 같다. 학교는 그럭저럭 다닐만하고, 무해하고 선한 동료들이 많다. 나는 여기에 감사하면서도 한 발짝 더 다가갈 용기는 좀체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혼했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한참이 지난 후 이때를 돌아보며

'그때 어느 선생님과 좀 친해둘걸. 친구가 되어볼걸.'

하는 후회를 할 스스로가 눈앞에 그려지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 또 '인생 나 혼자'라는 마음이 들 때에는 조금 달리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 또한 내 선택이었다고.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단단한 관계를 짓는 데는 품이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힘들여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항변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말할 만큼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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