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지는 이맘 때면 또 한 해가 간다는 게 피부에 와닿는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지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데, 나의 시간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지나고 있을까.
일이 많아 느지막이 퇴근하는 차 안에 흐르던 라디오에서 곧 이태원 참사 2주기임을 알렸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전부터 재작년 10월 마지막날 동생이 입원해 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커다란 종합병원 건물 앞에 서있던 노란 은행나무를 쳐다보며 나는 동생이 걱정되어서도, 또 이태원에서 사고를 당한 젊은 목숨을 생각하며 몹시 슬펐다.
2년이 지난 지금은 그날이 제법 멀게 느껴진다. 그건 아마 동생이완치되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기 때문도 있다. 그때의 시간에서 나는 꽤 많이 지나왔다.
그에 비하면 작년에 있었던 일은 비교적 가깝게 느껴진다. 그건 어쩌면 작년에 만나던 사람들과 변함없이 지내서인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작년 가을에 그와 같이 갔던 곳, 거기서 먹었던 특별한 음식, 나누었던 대화, 내가 했던 고민 같은 걸 생각해 보면 언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년의 나는 2년 전인 2023년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그때도 여전히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2년이 지났다 해도 기억이 잘 날 것 같아서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 그리고 힘들었던 기억까지도 모두 붙잡아 기억하고 싶은 건 욕심인 줄 알지만, 하나도 잊지 않고 싶다. 그리고 그가 나를 만나는 게 내년에는 올해보다 수월했으면 좋겠다. 함께 오래오래 추억을 꺼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