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의 히로코, 여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몹시 바빴던 월요일의 저녁 식사를 마치자 라디오를 통해 영화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타고 서정적이던 영화 내용이 다시 마음속에서 상영되는 것만 같다.
그녀의 죽음을 놓고 사인이 빨리 발표되지 않아 혹시 자살인가 싶은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공식적으로는 ‘자택에서 목욕을 하다 사고로 익사했다’라고 하는 기사를 봤다. 하지만 어떤 어른이 사고로 욕조에 익사한단 말인가?
그러한 연유로 찾아본 그녀의 이름 밑에는 내가 기억하는 러브레터의 히로코가 아닌 한 나이 지긋한 분의 사진이 나와 나는 재차 당황했다. 늘 영화에 나왔던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거라고 왜 단순하게 생각했을까. 사실 이전까지 나는 그녀의 이름을 거의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런데도 ‘A winter story’를 들으면 영화의 주인공이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이름 여섯 글자를 검색창에 치고 나서 보게 된 그녀의 최근 사진에는 내가 알던 히로코의 말갛고 하얀 얼굴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굴곡을 거친 50대의 나카야마 미호가 있었다.
내가 어려운 일을 겪고, 늘어가는 흰머리에 탄식하는 동안 그녀도 나처럼 나이가 들고 있었다. 그저 알지 못했을 뿐. 그리고 죽음으로서 그녀의 예전 모습을 많은 사람에게 상기시켰다.
그녀의 직접적인 사인이 어찌 되었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최근 읽은 소설 ‘자두’에 보면 장례식장에서는 이야기가 연기처럼 만들어지고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든 뒷이야기를 망자는 들을 수 없다.
아이처럼 남은 인생을 보내다 가고 싶다. 연기가 되어 흩어질 많은 말들에 신경 쓰기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