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클래식

by 이주희

밖에는 비가 내렸다. 어찌나 세차게 내리던지 작은 주택 밖으로 호도독 호도독 유리창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아침에는 역시 클래식이지.

아침부터 93.1 KBS 클래식 fm을 켰다. 매 달 꼬박꼬박 내는 공영방송 수신료가 아깝지 않을 때는 클래식 fm을 들을 때가 유일하다.

우연히도 재작년 계촌 음악축제에서 듣고 반한 포레의 로망스가 흘러나온다. 거기서 전남자친구를 처음 만났었지. 그리고 그날도 비가 왔었지. 잠시 쓸데없는 상념에 잠긴다. 하지만 너는 과연 이 곡을 알까?


많이 들어본 곡, 낯선 곡, 기타, 바이올린… 다양한 레퍼토리가 점심을 지나서까지 빗소리에 어울려 공기로 스며든다. 느릿한 클래식 선율을 따라 나의 하루도 속도가 느려진다. 지구가 마치 내가 듣고 있는 곡의 속도에 자전 속도를 맞춰주는 것만 같다. 그러자 클래식이 흐르는 이날 아침에 갇혀 매일을 무한히 반복하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비 오는 여름날 아침, 나는 아무도 모르게 세상이 내게 발걸음을 맞춰주는 것 같은 상상을 하며 더없는 행복을 잠시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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