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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Mar 13. 2021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을 수 있다면

기술의 발전과 나이 듦의 공포

  새로 옮긴 학교에서 교사용 안심번호를 발급해 주었다. 0508로 시작하는 16자리 번호를 누르면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반에 e학습터 로그인이 안된다는 아이들이 있어 줌 수업 중에 그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몇몇 학생들이 “그게 뭐예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하며 아우성을 쳤다. 제아무리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대라고 해도 처음 보는 문물 앞에서는 별 수 없구나 싶었다.  “그냥 그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 누르면 선생님한테 전화가 오는 거야.”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해 결국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한 학생이 직접 전화를 걸었고 실시간으로 받아 보였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휴대폰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삐삐 시대였다. 삐삐로 숫자 몇 자리만 주고받다가 진짜 글자를 쳐서 보낼 수 있는 게 너무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당시 KTF였나 어느 통신사에서는 청소년용 문자 무제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었다. 밤새 문자로 친구와 얘기하는 게 그렇게 꿀잼이었다.

  상용화된 지 삼 년 즈음 지난 어느 날 엄마가 휴대폰을 사 오셨다. 큰 딸인 내게 문자메시지 사용 방법을 여쭤보셨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문자 쓰는 법을 가르쳐드리기란 굉장히 어렵게 생각되었다.

  “딸, 이거 어떻게 쓰는 거니?”

  문자메시지 쓰는 법을 알려면 초기 화면과 메뉴부터 설명해야 했다. 문자메시지 메뉴로 진입을 한 후에는 천지인이 문제였다. 점과 획을 가지고 글자 적는 법을 말로 풀어 어른에게 설명해드리는 건 굉장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솔직히 거기까지 설명을 해드리면서도 엄마가 문자메시지를 영영 쓰지 못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다음날이 되자 엄마는 보란 듯이 혼자 힘으로 내게 문자를 보내셨고, 그 다음주에는 아주 능숙해지셨다.


  얼마 전 차고 있으면 심장 박동을 재어준다는 애플워치 광고를 보았다. 혈압도 재 준다면 내게 맞춤일 텐데 아직까지 그 기능은 없는 듯했다. 요즘은 어디선가 들어보지 못한 기기의 이름을 접할 때면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공포감은 아마도 ‘혹시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노트북이든 가전제품이든 꼭 필요한 기능만 심플하게 있는 제품이 좋다. 나도 늙어가나 보다.

  기술은 점점 발전해 어려운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는 추세다. 하지만 언젠가 그 직관적이고 쉬운 방법조차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때가 나에게도 오겠지. 그럴 때면 이전에 엄마가 그랬듯이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용기 내 물어봐야겠다. 짐짓 모르는 채 가만히 불편하게 있는 것보다 부끄러워도 배워서 아는 편이 나으므로. 알려주는 사람의 답답함은 사실 그 사람의 몫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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