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쓴 글을 다듬었습니다.
피부과에서 나와 혼자 김밥집 순두부를 먹는데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누군가의 기쁨이 되는 것이 싫었다.
나는 그대로 나이고 싶었다.
과중한 기대가 숨막혔다.
학창 시절 부모님에 의해 자행되었던
사랑이란 탈을 쓴 학대,
결혼 후 아이들 낳고 손쓸 수 업게 심해진
남편에 의해 지속적으로 저질러진 손찌검, 욕, 그리고 반복된 경찰 신고.
그 두 가지 없이
홀로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내가 번 돈으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먹고 싶은 반찬을 골라가며
입에 넣는 그 시간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김밥집에서 순두부를 한 술 한 술 입에 떠 넣으며
내가 느낀 행복감은
그래,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이 모든 생각의 과정을 한 번 거치고 나니
나는
내 영혼이 불쌍해 견딜 수 없어졌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무참히 영혼을 짓밟힌 내가
직장에 가서 또 다른 어린 영혼을 가르치고
돈을 벌고
집을 산다.
그리고 그 집에는...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