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전날 시킨 마켓컬리 상자를 정리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뜨끈한 어묵탕이 생각나 주문한 상품이 알고 보니 국물용 수프가 없는 제품이었다. 분명 ‘어묵탕’으로 검색한 후 고민 끝에 고른 상품이었는데, 이럴 수가. 나는 왜 맨날 이런 간단한 것도 실수할까?
우리 반 태영이는 요즘 등교일마다 늦다. 늦게 와서는 또 제자리에 못 앉아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느새 저 뒤 친구 옆으로 걸어가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불쑥불쑥 화가 치민다. 아, 3월 초에 다잡았어야 했던 걸까? 부처님, 제발 저를 시험하지 마옵소서.
1학년 부장님 따님이 코로나로 한 번 미룬 끝에 이번 주 토요일 드디어 결혼하신다. 어제부터 축의금 봉투를 챙겨두었는데 어영부영하다가 학교 근무시간이 끝나버렸다. 그 선생님은 내일 경조사 휴가시다. 아, 이를 어떡하나. 여름부터 고이 모셔져 있던 돈 봉투가 꼬깃꼬깃하다. 다시 청첩장을 찾아봐도 계좌번호가 안 적혀있다.
축의금이란 무릇 직접 갈 수 없을 때는 미리 주어야 예절에 맞는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내가 결혼하고 그 당연한 축의금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동료 선생님께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어떤 분 기준에서는 축의금을 신혼여행 끝나고 줄 수도, 심지어 주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나 보았다.
브런치에 지난 일요일부터 와인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둡고 축 처진 내 브런치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 싶었다. 오늘 그 두 번째 글로 샴페인에 관해 썼다. 그런데 글을 발행하려 브런치에 접속했더니 뭔가 이상 했다. ‘좋아요’와 ‘구독’이 갑자기 많이 늘었다. ‘통계’ 탭을 눌렀더니 아니 나 다를까, 오늘 하루 조회 수가 5,000회가 넘어 있었다. 아마도 브런치 메인에 글이 잠깐 떠 있었으리라. 샴페인 글을 발행하려던 내 손이 잠깐 멈췄다. 사람들이 오늘 읽은 글은 이혼 관련 묶음 글의 맨 첫 번째. 그들이 지금 발행하려는 새 글을 보면 뭐라고 할지 잠시 두려웠다.
이혼에 이르기까지 내 잘못도 있었을 것이다. 그중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나온 일은 두고두고 기억될 잘못이다. 어쩌면 그로 인해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지 못할 수도 있다.
뭔가 전체적으로 많이 잘못한 느낌이 드는 날이다. 누군가
“넌 이걸 잘못하고 있어. 그보다는 이렇게 해야 해.”
라고 어렸을 때처럼 콕 집어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어쩌면 어른이 된 후 정확히 답을 알기 어려운 많은 일을 글을 쓰며 탐험해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글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또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그래서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토요일에 핼러윈을 맞아 본드걸 의상을 입는 게 나을까, 아무래도 그만두는 게 나을까? 이건 잘못일지라도 저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