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샴페인을 찾는 사람에겐 국적이 따로 없어요

Pol Roger

by 이주희
결혼식에도 샴페인이 식전주로 자주 등장하지요


많은 샴페인 중에서 폴 로져(Pol Roger)에 관심을 가진 건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습니다. 얼마나 맛있는 술이길래 왕실의 결혼식에 쓰였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이 샴페인, 알고 보니 영국의 처칠 수상도 무척 좋아했다고 해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제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그는 눈을 감기 전 매일 이 샴페인을 한 병씩 마셨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영국의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샴페인이라고 해도 될까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아직까지 언제 누구와 마셔도 크게 호불호 없이 모두가 좋아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유럽 사람들의 샴페인 사랑은 그 역사가 무척 깁니다. 처음에 와인을 만들던 곳이 프랑스의 수도원이었대요. 유럽에 언제 수도사가 있었죠? 그만큼 까마득한 옛날부터 유럽 사람들은 와인을 양조해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프랑스와 다른 나라들이 하나의 대륙으로 이어져있다 보니 샴페인을 직접 맛볼 기회가 있거나, 그 맛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졌겠죠? 그래서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독일 군은 샹파뉴 지방을 차지하며 많은 샴페인을 탈취해 갔습니다. 제2차 대전 때는 프랑스 사람들이 꾀를 써서 저장고 내부에 또 다른 벽을 쌓고 샴페인을 뺏기지 않기 위해 꽁꽁 숨겨 놓았다고 해요. 그래도 많이 털렸다고 합니다. 독일 나치도 샴페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던 셈이죠. 오죽하면 전후 바위 산 한가운데 지어놓은 히틀러 별장 안에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고급 샴페인으로 가득한 저장고가 발견되었겠어요.


지난 글 마지막에 퀴즈를 드렸었지요.

잔을 부딪치는 풍습은 언제 처음 생겼을까요?


이는 독살이 횡행했던 고대 로마 때 처음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잔을 부딪쳐 서로의 술이 섞이게 함으로써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고 해요.

지금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지요?




낙산사 근처 횟집에서 일회용 잔에 따라 마셔도 맛있더이다


여러분은 샴페인 맛이 달콤한 편이 좋으신가요, 아니면 달지 않은 편이 좋으신가요?

이 질문은 커피에 빗대 보면 좀 더 생각하기 쉬울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커피 경력 n년 차니까요.

아메리카노나 라떼 드실 때 시럽을 팍팍 넣어 드시나요?

아마 아니실 거예요.

그처럼 샴페인도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단 맛이 없는 쪽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브뤼(Brut)라는 단어로 마무리할게요.

브뤼(Brut)는 '당도가 없다'란 뜻으로, 특히 스파클링 와인의 라벨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어요. 저 폴 로져 사진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보시면 오른쪽 아래에 깨알만 하게 적혀있습니다. 브뤼 위에 리저브(Reserve)라는 글씨도 혹시 보이시나요?

다음 시간에는 이와 관련해서 샴페인의 숙성 기간과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에 대해 알아볼게요.


그냥 집었는데 오, 이럴수가! 과실미가 뿜뿜합니다.


저는 동대문 노보텔 와인 페어에서 보르도 쇼비뇽 블랑을 혼자 즐기는 중입니다. 와인이 조금 더 시원하면 좋을 것 같아 아이스버킷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없대요. 그래도 멋진 음악과 풍경이 함께하니 좋네요!


여러분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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