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을 위한 기도

by 이주희

세희와 지희는 이란성쌍둥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첫째와 둘째라고 부르고, 자기들끼리도 언니 동생 하지만, 둘의 생김새는 무척 다르다. 생김새뿐만 아니다. 피부색도, 성격도, 체격도 모두 그렇다. 함께 키즈카페에 데리고 가면 지희는 공주 옷에 왕관을 쓰기 바쁜데 세희는 어느새 장난감 스패너를 들고 보쉬 공구 세트에 가 나사를 조이고 있다. 세희가

“엄마, 어디 가지 마,”

라며 나를 꼭 붙드는 반면 지희는 키즈카페에서 처음 만난 언니와 금방 친해져 사탕 같은 걸 잘 받아온다. 같은 뱃속에서 한날한시에 키워 낳았는데 전혀 다른 아이라는 게 엄마인 나도 볼수록 신기하다.


첫째 세희는 피부가 하얀 시댁 쪽을 많이 닮았다. 반면 지희는 눈매가 나와 똑 닮았다. 어떨 때는 돌아가신 작은 할머니 얼굴이 그대로 보여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래서 내 붕어빵은 세희보다는 지희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내 쪽을 많이 닮았다.




지난 8월 첫 면접 교섭 이후 우리 세 모녀는 대략 2주에 한 번 회동한다.

처음 내가 아이들을 보러 대구로 내려갔던 날, 사건은 발생했다.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을 인도하기 위해 키즈카페에서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남편이 없었다.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만약에 있을 탈취를 대비한다며 꼭 CCTV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을 인도하고 인도받겠다던 사람의 행동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급한 대로 두 아이를 의자에 앉혀놓고 ‘통화가 안되시네요?’라고 카톡을 보냈더니

‘언제?’

라고 왔다. ‘지금요’라고 했더니

‘전화해라 그럼?’

이라는 답이 왔다.

나는 전화하는 대신 부재중 통화내역을 캡처해 보냈다. 그때까지 미처 알지 못했다. 내 전화기에 몇 달 전부터 저장돼 있던 ‘개새끼’라는 이름이 불러올 파장을.

‘개새끼라고?’

캡처 화면을 보내자마자 ‘아, 큰일 났네.’ 싶었다.

‘개새끼라 찍힌 통화내역 보내는 저의가 뭐지?’

‘전화하라고 해서 확인 보내드렸습니다’

라고 대답은 했지만 그때부터 이 대화는 원래의 초점을 벗어난 거나 다름이 없었다. 분명 그는 자기가 늦었다는 사실 자체는 머릿속에서 떠난 지 오래일 것이다.


역시나 도착해서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과 말투였다. 그는

“싸가지 없는 년이.”

라며 아이들 앞에서 아주 나긋나긋하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이런 상황을 그만 맞닥뜨리려고 이혼 소송을 시작했는데 왜 도돌이표마냥 이 자리로 돌아온 건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주변에 많은 사람이 오가도, 아이들이 바로 앞에서 다 듣고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나는 내 핸드폰에 당신 이름이 무엇으로 되어있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도 대꾸하고, 이전에 그가 카톡 멀티 프로필로 나에게만 보이게 상태 메시지를 작성했던 일을 상기시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격렬한 화 앞에서 이런 대응은 이제껏 늘 그랬듯 아무 소용이 없다. 여러 사람이 있건 없건 부끄러움 없이 욕을 내뱉는 그의 모습은 그 욕을 듣는 나에게 남사스러움으로 돌아왔고, 나는 그런 그와 마주 서 있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 쓰러질 것만 같았다. 가슴은 점점 더 답답해져 왔다.



“엄마, 엄마는 아빠 잊어버렸어?”

붕어빵 지희가 그런 와중에 물었다. 나는 정신이 아득했던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저 먼 곳 메아리처럼 내 머리 바깥쪽에서 맴맴 울리기만 했다. 남편과 함께 점점 멀어지는 두 아이를 하릴없이 바라보며, 그에 대한 적개심이 내 안에 독처럼 퍼지는 걸 느꼈다. 가능하다면 달려가 그의 머리라도 한 대 쳐주고 싶었다. 그간 소송을 하며 겪은 수모가 얼만데,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을 또 맞아야 하는가에 대한 격렬한 분노가 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두 눈에 불을 켜고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거기 그와 함께 서 있으며 주위의 눈길이 너무도 따가웠던 나는 그런 스스로 또한 너무 부끄러웠던 것처럼 그 자리를 황급히 피해 서울행 SRT 쪽으로 도망치듯 들어가 버렸다.


그때 내가 미처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그 말, 이제 와 다시 곱씹어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와 붕어빵이라고는 해도, 지희의 코는 유독 그 인간을 꼭 닮았다. 지희가 그 일촉즉발의 순간에 내가 남편을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고 느꼈던 걸까? 남편이 욕설을 내뱉던 그 찰나에 나는 아이들이 그 말뜻을 제발 이해하지 못하기만을 속으로 간절히 빌고 있었다. 하지만 지희는 그보다 자신의 아빠를 잊어버린 듯한 내 모습에 더 속상했던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엄마인 내 마음이 더 아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아직도 분노 조절이 전혀 안 되는 그가 나보다 훨씬 약한 두 아이에게 어떻게 굴지 눈앞에 그려지듯 뻔한 것을.


우리 세희, 지희를 생각하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글이라도 쓰는 게 맞는 걸까. 나의 붕어빵, 나의 복사본. 나는 어떻게든 탈출할 수 있는 그자의 폭력의 그늘을 내 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단 말인가. 왜, 어째서?


오늘은 자기 전에 두 손 모아 기도라도 보태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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